행정처분 취소소송에서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한계
---
행정청이 처분 취소소송 도중 당초 처분사유와 전혀 다른 사유를 새롭게 내세울 수 있는지, 그리고 그 한계는 어디까지인지에 관해 대법원이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항고소송에서 처분청은 원칙적으로 당초 처분의 근거로 삼은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별개의 사유를 새롭게 주장할 수 없습니다. 이를 '처분사유 추가·변경 제한 법리'라고 합니다.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은 법률적 평가 이전의 구체적 사실, 즉 그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같은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처분 당시 제시한 구체적 사실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근거 법령만 추가·변경하거나 처분사유를 보다 구체적으로 표시하는 정도라면 새로운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으로 보지 않습니다. 다만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더라도, 근거 법령의 변경으로 인해 기속행위가 재량행위로 바뀌는 것처럼 처분의 내용 자체를 달리 검토해야 할 필요가 생기는 경우에는, 당초 처분을 취소하고 처분청이 새로운 절차를 거쳐 다시 처분하도록 해야 합니다. 처분 내용은 그대로 둔 채 근거 법령만 바꾸는 것은 이 경우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 법리의 근본 취지는 처분 상대방의 **방어권 보장**과 신뢰 보호에 있습니다. 처분청이 소송 도중 전혀 다른 사실을 들어 처분을 정당화하려 한다면, 상대방은 예상하지 못한 공격에 대응해야 하는 불이익을 입게 됩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한 가지 예외를 인정했습니다. 처분 상대방이 추가·변경된 처분사유의 실체적 당부를 동일한 소송 절차 안에서 함께 판단받는 것에 **명시적으로 동의**하는 경우에는, 법원이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과 무관하게 예외적으로 이를 허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상대방으로서는 별개의 사유까지 한 번의 소송에서 정리함으로써 분쟁을 일괄 해결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고, 그러한 절차적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 이 법리의 취지와도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법원은 추가·변경된 거부처분사유의 실체적 당부를 심리·판단해야 하며, 그 판단에도 취소판결의 기속력이 미칩니다.
반대로 처분 상대방이 아무런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있다면, 법원은 **석명권을 행사**하여 상대방에게 선택지를 명확히 제시해야 합니다. 처분사유 추가·변경 제한 법리의 원칙을 그대로 적용할 것을 주장하는지, 아니면 추가·변경된 사유의 실체적 당부에 관한 판단을 구하는지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명시적 동의 없이 법원이 기본적 사실관계가 다른 사유를 심리·판단하여 처분이 적법하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행정소송법상 직권심리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거부처분에 불복하는 항고소송을 진행하는 경우, 소송 도중 처분청이 당초와 다른 사유를 새롭게 내세운다면 그것이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의 것인지를 먼저 살펴야 합니다. 만약 전혀 별개의 사실에 기반한 새로운 사유라면,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소송을 진행할지, 아니면 원칙에 따라 배척을 구할지는 상대방이 신중하게 선택해야 할 문제입니다. 법원이 석명을 구하는 경우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대응하는 것이 이후 판결의 범위와 기속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