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사 운임 담합에 공정거래법이 적용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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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법이 외항 정기 화물운송사업자들의 운임 공동행위를 허용하고 있더라도, 그 공동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 적용이 배제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이 사건은 23개 해상 화물운송사업자들이 한국-동남아 항로의 컨테이너 운임을 서로 합의하고, 해양수산부장관에 대한 신고 없이 이를 실행한 데서 비롯되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행위가 구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이 금지하는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시정명령과 과징금납부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원심은 해운법 제29조가 외항 정기 화물운송사업자들의 운임 공동행위를 허용하고 해양수산부장관이 이를 규율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해운법이 배타적으로 적용되어 공정거래위원회에는 규제 권한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원심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핵심 논거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공정거래법이 제정된 이후에도 해운법은 공정거래법 적용을 명시적으로 제외하는 규정을 두지 않았습니다. 해외건설 촉진법이나 전기통신사업법처럼 공정거래법 적용제외를 명문으로 규정한 특별법들과 달리, 해운법에는 그러한 조항이 없습니다. 둘째, 해운법 제29조는 운임 공동행위를 무제한으로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부당하게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만 허용합니다. 허용된 범위를 벗어난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해 해운법령이 직접 금지 규정과 구체적인 규제 권한·방법·절차를 별도로 정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셋째, 해운산업에 대해서도 경쟁법적 규제를 면제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경쟁원리에 따라 규율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시각이 국제적으로도 대두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법의 입법 연혁도 이 결론을 뒷받침합니다. 1980년 제정 당시에는 특별법이 있는 사업에 대해 적용을 제외하는 조항이 있었고, 금융·보험업에 대한 별도 적용제외 규정도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1996년 법 개정으로 금융·보험업 적용제외 조항이 삭제된 이후, 공정거래법은 특정 산업분야를 일률적으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흐름을 근거로, 다른 법률에 특별한 정함이 없는 이상 공정거래법은 모든 산업분야에 적용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습니다.
이 판결은 해운업계뿐 아니라 다른 규제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개별 법령이 특정 공동행위를 허용하거나 소관 행정청의 감독 절차를 정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공정거래법 적용이 배제되지 않습니다. 공정거래법 적용제외를 주장하려면 해당 특별법에 명시적인 적용제외 조항이 있거나, 그 법령이 부당한 공동행위까지 직접 규율하는 완결된 규제 체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이 사건은 분명히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