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현수막 규제 조례, 법령보다 엄격하면 무효

---

부산광역시가 정당 현수막의 게시 방식을 법령보다 엄격하게 제한하는 조례를 의결하자, 대법원은 해당 조례안이 상위 법령에 위반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문제가 된 조례안은 '부산광역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 제13조의2로, 정당이 현수막을 설치·표시할 때 읍·면·동별로 동시에 게시할 수 있는 현수막을 1개로 제한하고, 혐오·비방 문구를 금지하며, 이 두 가지 기준을 모두 갖춰 지정게시대에만 게시하도록 규정했습니다. 행정안전부장관은 이 조례안이 관련 법령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시장에게 재의를 요구했으나 시장이 이에 응하지 않자, 지방자치법 제192조 제8항을 근거로 조례안 의결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대법원은 먼저 이 소송의 성격을 짚었습니다. 지방자치법 제192조 제8항에 근거한 조례안 의결 무효확인 소송은 조례가 헌법 및 법률 등 상위 법규와의 관계에서 효력을 갖는지를 다투는 일종의 추상적 규범통제로, 전체 법질서의 통일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조례안의 위법 여부를 의결 당시가 아닌 **변론종결 당시 규범적 효력을 갖는 법령**을 기준으로 심사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의결 당시에는 적법했더라도 이후 법 개정으로 위반 상태가 되면 무효를 선언할 수 있고, 반대의 경우에는 유효를 선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본안 판단에서 대법원은 정당 현수막에 관한 규율이 지방자치단체가 법령의 위임 없이 조례로 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입법자는 정당 현수막의 보장과 제한을 **옥외광고물법령**에서 직접 규정함으로써 전국에 걸쳐 일률적으로 동일한 내용을 규율하려는 취지이며, 조례에 별도로 위임하는 규정도 두고 있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 조례안은 법령이 정한 기준보다 엄격한 제한을 부과했으므로, 조례에 대한 법령의 우위를 명시한 **헌법 제117조 제1항**과 **지방자치법 제28조 제1항** 본문에 위배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울러 대법원은 소의 이익 문제도 다루었습니다. 소송 계속 중 해당 조례안이 개정되더라도 개정된 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면 소의 이익은 소멸하지 않으며,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유사한 조례가 제·개정될 가능성이 있거나 실제 여러 지방의회에서 의결된 사례가 있어 위법성 확인이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소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판결은 지방자치단체가 정당 활동과 관련된 사항을 조례로 규율하려 할 때 법령의 위임 범위를 엄격히 따져야 함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특히 표현의 자유나 정치적 활동과 맞닿은 영역에서는 입법자가 전국적으로 균일한 기준을 직접 정하려는 취지가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하며, 그러한 취지가 인정되는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독자적으로 더 엄격한 제한을 가하는 조례를 제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 법률노트로 돌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