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행보조자의 불법행위책임, 채무불이행과 별개로 판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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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량전철 수요예측 용역을 수행한 연구원들이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을 지는지를 두고, 대법원은 소속 기관의 채무불이행이 성립한다는 사정만으로 이행보조자 개인의 불법행위까지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은 甲 지방자치단체가 경량전철 건설사업에서 수요예측 실패로 거액의 운영비를 부담하게 되자, 주민들이 주민소송을 통해 수요예측 용역을 맡았던 한국교통연구원 소속 연구원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요구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원심은 한국교통연구원의 채무불이행책임과 함께 소속 연구원들의 불법행위책임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민법 제391조**에 따르면 이행보조자의 고의·과실은 채무자 본인의 것으로 귀속되므로, 용역계약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은 계약 당사자인 한국교통연구원에 귀속됩니다. 연구원들은 그 이행보조자 지위에 있을 뿐이며, 이들이 거래상대방인 甲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책임을 지려면 별도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이행보조자의 행위가 채무자와의 내부관계를 벗어나 거래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사회상규에 어긋나는 위법한 행위로 인정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러야 합니다. 이때 위법성 여부는 침해행위의 태양, 침해의 고의 유무, 침해받은 권리의 내용 등을 종합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연구원들이 甲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사회상규에 어긋나는 위법한 행위를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나아가 채무불이행과 불법행위는 동일한 사실관계에서 발생한 손해를 다루더라도 청구원인을 달리하는 별개의 소송물이므로, 법원은 두 청구권의 성립 여부를 각각 독립적으로 심리해야 합니다. 원심이 한국교통연구원의 채무불이행 성립만을 근거로 연구원들의 불법행위책임까지 함께 인정한 것은 이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판시했습니다.
이 판결은 용역·도급·위임 등 계약 이행 과정에서 실무를 담당한 개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묻고자 할 때 중요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계약 당사자 기관의 채무불이행이 인정된다고 해서 그 소속 직원이나 담당자 개인의 불법행위책임이 자동으로 따라오지는 않습니다. 개인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려면 해당 개인의 행위가 사회상규에 반하는 위법한 것임을 별도로 입증해야 하며, 이 점을 간과하면 청구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