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 대신 과징금, 요건 벗어나면 위법
---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자상거래 사업자에게 영업정지 대신 과징금을 부과하려면, 그 전제 요건을 엄격히 충족해야 한다는 점을 대법원이 분명히 했습니다.
구 전자상거래법 제34조 제1항은 영업정지가 **소비자 등에게 심한 불편을 줄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과징금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이 조항의 위임을 받은 공정거래위원회 고시는 그 구체적 사유로 두 가지를 열거하고 있습니다. 첫째, 영업정지가 해당 사업자와 거래 중인 다수의 소비자 또는 사용자에게 심한 불편을 줄 우려가 있는 경우, 둘째, 영업정지로 인해 다수의 중소 사업자들에게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입니다. 두 사유 모두 소비자나 거래 상대방의 피해 방지라는 공통된 목적 아래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것은 그와 다른 상황이었습니다. 사업자가 회사분할 등을 통해 영업정지처분의 실효성이 사실상 사라진 경우에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영업정지가 제재로서 의미를 잃었으니 과징금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논리를 취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해당 상황이 조문과 고시가 정한 요건의 문언이 허용하는 범위를 벗어난다고 보았고, 이를 과징금 부과 사유에 포함시키는 해석은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유추해석금지 원칙은 형사법에서 주로 논의되지만, 행정 제재 영역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과징금은 사업자에게 실질적인 금전적 불이익을 주는 제재인 만큼, 그 부과 요건은 법령이 정한 문언의 범위 안에서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합니다. 제재의 실효성 확보라는 행정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그것이 법령이 정한 요건을 넘어서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 이번 판단의 핵심입니다.
전자상거래 사업자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영업정지를 갈음한 과징금 처분을 받은 경우, 처분의 전제가 된 요건이 실제로 충족되었는지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처분 당시 소비자나 거래 상대방에 대한 불편·손해 우려가 구체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아니면 그와 무관한 다른 사정을 근거로 과징금이 부과된 것인지에 따라 처분의 적법성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