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타조건부 거래, 합의했어도 공정거래법 위반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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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거래상대방과 합의하여 경쟁사와의 거래를 금지하는 조건을 설정한 경우에도, 그 조건이 일방적으로 강요된 것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공정거래법 위반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대법원은 배타조건부 거래행위의 성립 요건과 부당성 판단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면서, 합의에 의한 배타 조건도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구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제5호 전단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부당하게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하여 거래하는 행위**를 지위 남용행위로 규정하고, 시행령은 그 구체적 유형으로 거래상대방이 경쟁사업자와 거래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거래하는 경우를 들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된 것은 그 '조건'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일방적 강요에 의한 것이어야 하는지, 아니면 거래상대방이 자발적으로 합의한 경우도 포함되는지였습니다. 법원은 후자의 입장을 취했습니다. 거래상대방이 자발적으로 합의했다 하더라도, 그 결과로 경쟁사업자의 시장 진출이 방해되고 경쟁제한적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강요된 경우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 법리는 불공정거래행위로서의 배타조건부 거래(구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5호 전단)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부당성 판단 기준에 대해서도 법원은 구체적인 틀을 제시했습니다. 부당성이 인정되려면,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독점을 유지·강화하려는 의도나 목적을 갖고, 객관적으로도 경쟁제한의 효과가 생길 만한 우려가 있는 행위를 했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경쟁제한의 효과란 가격 상승, 산출량 감소, 혁신 저해, 유력한 경쟁사업자 수의 감소, 다양성 감소 등을 가리킵니다. 만약 그러한 효과가 현실적으로 나타났음이 증명된다면, 행위 당시에 경쟁제한의 우려와 그에 대한 의도가 있었다고 사실상 추정할 수 있습니다. 반면 현실적 효과까지 증명되지 않은 경우에는, 행위의 경위와 동기, 행위 태양, 관련시장의 특성, 유사품 및 인접시장의 존재 여부, 가격·산출량 변화 가능성, 혁신 저해 및 다양성 감소 가능성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다만 법원은 배타조건부 거래행위의 경우 그 행위 자체에 경쟁을 제한하려는 목적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경쟁사와의 거래를 조건으로 배제하는 행위는 구조적으로 경쟁제한 의도를 내포하기 쉽다는 취지입니다.

이 판결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와 거래하는 사업자, 또는 그 시장에 진입하려는 경쟁사업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거래상대방 입장에서는 자발적으로 서명한 독점 공급 계약이나 경쟁사 거래 금지 조항이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될 수 있고, 시장지배적 사업자 입장에서는 상대방의 동의를 받았다는 사실이 법적 면책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배타적 거래 조건이 포함된 계약을 체결하거나 그러한 조건 아래 놓인 상황이라면, 해당 시장에서의 지배력 수준과 경쟁제한 효과 여부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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