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회사의 사업기회, 총수 일가에 넘기면 공정거래법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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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집단의 총수 일가가 계열회사가 누려야 할 사업기회를 가져가는 행위는 공정거래법상 규제 대상이 됩니다. 다만 대법원은 이러한 **사업기회 제공행위**의 성립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여, 단순히 계열회사가 기회를 포기하고 총수 일가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위반이 곧바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구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제2호는 기업집단의 동일인이나 총수 일가 같은 **특수관계인**이 지배주주 지위를 남용하여, 계열회사가 수익성 높은 사업을 영위할 기회를 특수관계인에게 이전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이 조항의 입법 취지는 총수 일가가 부당한 이익으로 경영권 승계 자금을 마련하거나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키는 것을 막으려는 데 있습니다.
사업기회 제공행위가 성립하려면 두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첫째, 문제가 된 사업이 계열회사가 현재 수행하고 있거나 장차 수행할 사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계열회사에 현재 또는 가까운 장래에 상당한 이익이 될 수 있는 기회여야 합니다. 둘째, 계열회사가 그 사업기회를 규범적으로 **'보유'**하고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법원은 이 '보유' 여부를 판단할 때 사업기회의 내용, 계열회사의 사업 범위, 계열회사가 기존에 갖고 있던 권리·이익·기대 및 지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피되, 계열회사가 반드시 그 기회를 우선적·배타적으로 지배하고 있어야 한다고 볼 것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제공 방식과 관련하여 법원은, 사업기회를 직접 넘겨주는 행위뿐 아니라 계열회사가 유망한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여 특수관계인이 이를 이용하도록 하거나 특수관계인의 취득을 묵인하는 소극적 방법도 제공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소극적 방법에 의한 제공이 인정되려면, 그 행위가 적극적·직접적 제공과 동등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계열회사가 다른 회사를 인수하면서 다수지분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소수지분 취득 기회를 포기하고 특수관계인이 그 소수지분을 취득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사업기회 제공행위가 곧바로 추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특수관계인이 그 취득 과정에서 사실상 유리한 지위에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구 공정거래법은 사업기회 제공행위에 대해 형사처벌 조항(제66조 제1항 제9호의2)까지 두고 있습니다. 법원은 이 점을 고려하여, 소수지분 포기 사안에서 위반 여부를 인정하려면 계열회사가 해당 기회를 규범적으로 보유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 포기가 적극적·직접적 제공과 동등하게 평가될 수 있는지를 개별적·구체적으로 심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업집단 내 사업기회 배분 과정에서 총수 일가가 관여된 거래가 있었다면, 단순한 결과의 외형이 아니라 계열회사의 기회 보유 여부와 포기 경위의 실질을 면밀히 따져보는 것이 핵심 쟁점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