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조사 결정 후 보충적 평가방법 적용과 기속력의 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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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심판원의 재조사 결정이 내려진 뒤, 과세관청이 반드시 새로운 감정평가를 의뢰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재조사 결과 시가로 볼 수 있는 감정가액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보충적 평가방법을 적용하여 취득가액을 산정할 수 있고, 이러한 후속 처분이 재조사 결정의 기속력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의 배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조합원들로부터 현물출자받은 토지·건물의 취득가액을 처음에는 사업시행계획인가일 기준 감정가액으로 신고했다가, 이후 관리처분계획인가일 기준으로 재산정해야 한다며 법인세 감액경정을 청구했습니다. 관할 세무서장은 경정청구 시 제출된 감정가액이 객관성·합리성이 결여된 소급감정가액이라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고, 조합은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습니다. 조세심판원은 당초 신고 시 감정가액과 경정청구 시 감정가액 모두 시가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관리처분계획인가일 기준으로 재조사하여 그 결과에 따라 과세표준과 세액을 경정하라"는 재조사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후 관할 지방국세청장은 재조사 결정의 취지에 따라 조합에 관련 서류 제출을 요구하고, 시가로 볼 수 있는 감정가액이 존재하는지 재확인하는 등의 절차를 거쳤습니다. 그 결과 자산 취득 당시 시가가 불분명하고 객관적·합리적인 감정가액도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89조 제2항 제2호에 따라 보충적 평가방법을 적용하면 오히려 조합에 불리한 결과가 나오므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따라 당초 경정거부처분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통지했습니다.
원심은 이 통지가 위법하다고 보았습니다. 재조사 결정의 취지가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에 의한 시가 산정이 가능하다면 감정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감액경정하라"는 것인데, 과세관청이 감정평가를 의뢰하지 않은 채 처분을 유지한 것은 재조사 결정의 기속력에 반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조세심판원의 재조사 결정 주문은 재조사 방법을 감정평가로 한정하지 않았고, 후속 처분의 내용을 감액경정으로만 제한하지도 않았습니다.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따라 증액경정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사정이, 재조사 결정에서 말하는 '경정'이 감액경정만을 의미한다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구 국세기본법 제80조, 제81조, 제65조가 규정하는 재조사 결정의 기속력은 과세관청이 재조사 결정의 주문 및 그 전제가 된 요건사실의 인정·판단에 반하는 처분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이 사건처럼 재조사 결정이 특정 방법을 명시하지 않은 경우, 과세관청은 재조사 결과에 따라 적법한 평가방법을 선택할 수 있으며, 그 결과가 납세자에게 불리하더라도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의 범위 내에서 처리하면 됩니다. 비슷한 상황에서 재조사 결정을 받은 납세자라면, 결정 주문의 문언과 그 전제가 된 판단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여 과세관청의 후속 처분이 실제로 그 범위를 벗어난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