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대여자의 기납부세액, 실질귀속자에게 전용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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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등록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이미 납부한 세금을 과세관청이 실제 사업자의 체납세액에 충당한 뒤, 명의대여자에게 같은 소득에 대한 세금을 다시 부과한 처분은 무효라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이 사건의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甲은 乙과의 약정에 따라 매월 급여를 받으며 丙 의원에서 근무한 실질적인 근로자였습니다. 그러나 甲은 자신의 이름으로 丙 의원의 사업자등록을 마치고, 乙의 계산으로 사업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를 신고·납부하였습니다. 이후 세무조사에서 丙 의원의 실제 사업자가 乙임이 밝혀지자, 과세관청은 해당 사업소득을 乙의 소득으로 경정하면서 甲이 납부한 세액을 乙의 기납부세액으로 처리하여 乙의 체납세액에 충당하였습니다. 그리고 甲에게는 근로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를 별도로 경정·고지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이 처분이 중대·명백한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보았습니다. 핵심 논리는 **납부의 법률효과가 귀속되는 주체**에 관한 것입니다. 소득세법 제4조·제70조·제76조 및 국세기본법 제26조의 체계에 따르면, 종합소득금액이 있는 거주자가 소득의 구분이나 금액을 잘못 신고하였더라도 실제로 납부한 세액의 범위에서는 납부의 효과가 발생합니다. 甲이 사업소득 명목으로 신고·납부하였다 하더라도, 그 납부의 법률효과는 甲이 부담하는 근로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에 관하여 확정적으로 발생합니다. 납부자금을 실제로 부담한 사람이 乙이라는 사정은 이 결론을 바꾸지 않습니다.

과세관청은 2019년 신설된 국세기본법 제51조 제11항을 근거로 甲의 기납부세액을 乙의 기납부세액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해당 조항은 명의대여자에 대한 과세를 취소하고 실질귀속자를 납세의무자로 과세하는 경우, 실질귀속자가 납부한 것으로 확인된 금액을 실질귀속자의 기납부세액으로 먼저 공제하도록 규정합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조항이 적용되는 범위를 명확히 한정하였습니다. 이 규정은 명의대여자에게 다른 종합소득이 없거나 기납부세액의 환급이 문제 되는 경우에만 적용될 수 있습니다. 甲처럼 기납부세액이 이미 자신의 납세의무를 소멸시킨 범위에서는 환급 자체가 문제 되지 않으므로, 위 조항이 적용될 여지가 없습니다.

결국 甲의 근로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 납세의무는 기납부세액으로 이미 전부 소멸한 상태였고, 과세관청이 그 소멸한 의무를 다시 부과한 처분은 무효로 귀결되었습니다. 사업자등록 명의를 빌려준 상황에서 세무조사 이후 과세관청으로부터 중복적인 세금 부과를 받는 경우, 기납부세액의 귀속 주체와 납부 효과가 이미 발생하였는지 여부가 처분의 효력을 좌우하는 핵심 쟁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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