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세 신고 후 결정 통지가 없을 때 — 부존재확인소송의 가능성
---
대주주가 증여세를 스스로 신고·납부했는데도 세무서가 끝내 과세표준 및 세액 결정 통지를 하지 않은 채 부과제척기간이 지나버린 경우, 납세자는 어떤 방법으로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을까요. 대법원은 이 상황에서 **처분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안의 배경은 이렇습니다. 대주주 甲은 본인의 지분율을 초과하여 신주인수권증권을 인수함으로써 얻은 이익과 이후 주식전환에 따른 이익에 대해 각각 증여세를 신고하고 세액을 납부했습니다. 그런데 관할 세무서장은 이에 대한 과세표준 및 세액 결정·통지를 별도로 하지 않았고, 결국 부과제척기간마저 경과했습니다. 甲은 주위적으로 세무서장의 무응답이 위법하다는 **부작위위법확인**을, 예비적으로 결정 통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처분부존재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습니다.
주위적 청구에 대해 법원은 소의 이익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은 행정청이 응답의무를 이행하도록 강제하는 데 목적이 있는데, 이미 부과제척기간이 지나버린 이상 세무서장이 뒤늦게 결정을 내리더라도 甲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구제하는 것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신청 이후 사정 변화로 위법 확인을 받더라도 침해된 이익을 회복할 수 없게 된 경우에는 확인을 구할 이익 자체가 소멸한다는 법리가 적용된 것입니다.
그러나 예비적 청구에 대해서는 대법원의 판단이 달랐습니다. 甲의 납세의무는 부과제척기간이 지나도록 확정되지 못했고, 신고 당시 납부한 세액은 자발적으로 환급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앞으로도 세무서장으로부터 해당 세액을 돌려받지 못할 현실적 우려가 있는 이상, 甲에게는 결정 통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인정된다고 본 것입니다. 원심은 처분부존재확인소송에는 무효확인소송과 달리 '보충성', 즉 다른 직접적 구제수단이 없어야 한다는 요건이 별도로 필요하다고 보아 소의 이익을 부정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행정소송법 제35조의 '무효 등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에 관한 법리는 처분부존재확인소송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며, 보충성은 별도 요건이 아니라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따라서 甲이 나중에 민사소송으로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소의 이익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은 납세자가 증여세를 자진 신고·납부했음에도 세무서의 결정 통지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제척기간이 경과한 경우, 납부한 세액의 환급 가능성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처분부존재확인소송이 유효한 권리 구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자진 신고 후 세무서의 후속 처분이 없는 상태가 장기간 지속된다면, 부과제척기간이 도과하기 전에 어떤 법적 수단을 취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상황에 맞추어 검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