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지급한 손해배상금, 법인세 손금으로 인정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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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 은행이 민사소송 확정판결에 따라 손해배상금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한 뒤 이를 법인세 손금으로 신고하였으나, 과세관청이 이를 부인하고 법인세를 경정·고지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해당 손해배상금이 손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손해배상금이 구 법인세법 제19조 제2항이 정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통상적인 비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대법원은 이 요건을 판단할 때 납세의무자와 같은 종류의 사업을 영위하는 다른 법인도 동일한 상황에서 해당 비용을 지출하였을 것으로 인정되는지를 기준으로 삼되, 지출의 경위와 목적, 형태, 액수,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하였습니다. 아울러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된 비용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통상적인 비용에서 제외된다는 원칙도 확인하였습니다.

이 원칙을 이 사건에 적용하면서 대법원은 세 가지 점을 주목하였습니다. 첫째, 문제의 손해배상금은 확정판결에 따라 실제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기 위하여 지급된 것으로, 지출 자체가 사회질서에 위반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둘째, 지급 금액이 실손해의 범위를 벗어나는 과도한 금액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셋째, 같은 종류의 사업을 영위하는 다른 은행도 동일한 상황에서 마찬가지로 해당 금액을 지출하였을 것으로 보입니다.

나아가 대법원은 입법 구조 측면에서도 근거를 보완하였습니다. 구 법인세법은 제19조에서 손금의 일반 요건을 규정하는 한편, 제19조의2부터 제38조에 이르는 특례규정에서 손금불산입 항목을 별도로 열거하고 있는데, 손해배상금은 그 어디에도 손금불산입 항목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어떤 비용을 손금불산입으로 규정할지는 입법정책의 문제이며, 명시적 규정 없이 과세관청이 이를 손금에서 배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입니다.

기업이 소송 결과에 따라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는 상황은 드물지 않습니다. 이 판결은 그러한 지출이 사회질서 위반이나 과도한 금액에 해당하지 않는 한, 사업 관련성이 인정되는 통상적 비용으로서 손금에 산입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과세관청이 손금불산입을 주장하려면 법령에 명시적 근거가 있거나 해당 지출이 사회질서에 반한다는 구체적 사정을 입증해야 하며, 그 입증 없이 손해배상금을 일률적으로 손금에서 제외하는 것은 법리에 맞지 않습니다. 유사한 세무 분쟁에 처한 법인이라면 지출의 경위, 판결의 내용, 금액의 적정성을 구체적으로 소명하는 것이 권리 구제의 출발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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