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청구범위 정정, 어디까지 허용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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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권자가 무효심판 절차에서 청구범위를 정정하려 했으나, 대법원은 그 정정이 특허법이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정정의 적법성 여부가 특허 유·무효의 결론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이 판결은 특허 분쟁에서 정정청구가 갖는 의미를 다시 한번 분명히 보여줍니다.
특허발명의 보호범위는 **청구범위**에 적힌 사항에 의해 정해집니다(특허법 제97조). 발명의 설명이나 도면은 청구범위의 기술적 의미를 이해하는 데 참고할 수 있지만, 그것을 근거로 보호범위를 제한하거나 확장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청구범위의 해석은 문언의 일반적인 의미를 기초로 하되, 발명의 설명과 도면을 참작해 기술적 의의를 객관적·합리적으로 파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특허권자가 명세서나 도면을 고치려면 특허법 제136조 제1항이 정한 세 가지 경우, 즉 청구범위를 감축하는 경우, 잘못 기재된 사항을 정정하는 경우, **분명하지 않게 기재된 사항을 명확하게 하는 경우**에 한해 정정심판 또는 정정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같은 조 제4항은 이러한 정정이 청구범위를 실질적으로 확장하거나 변경하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 된다고 못 박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혈압 강하용 약제학적 조성물 특허의 권리자는 무효심판 절차 중 청구범위 제1항에 대해 정정청구를 했습니다. 원심은 이 정정청구를 적법하다고 보고, 정정 후 청구범위를 기준으로 명세서 기재요건 위반이나 진보성 부정의 무효사유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달리 보았습니다. 해당 정정청구는 '분명하지 않게 기재된 사항을 명확하게 하는 경우' 등 법정 요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정정 전후로 발명의 효과가 달라질 수 있어 청구범위를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경우**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정정청구 자체가 부적법하므로, 정정 후 청구범위를 전제로 한 원심의 무효 판단은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는 결론이었습니다.
이 판결이 시사하는 바는 무효심판 국면에서 정정청구가 단순한 절차적 수단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정정이 적법한지 여부는 그 자체로 독립적인 심사 대상이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정정청구를 전제로 한 유·무효 판단은 전체 결론을 뒤집을 수 있습니다. 특허 분쟁에서 청구범위의 정정을 검토하거나 상대방의 정정청구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정정의 목적과 효과가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 있는지를 먼저 면밀히 살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