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에서 집행유예 기간은 새로 시작된다
---
재심 절차에서 원판결의 집행유예 기간이 이미 지났더라도, 그 경과한 기간을 재심판결의 집행유예 기간에 산입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입니다.
재심심판절차는 원판결의 옳고 그름을 사후적으로 검토하는 절차가 아니라, 사건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심판하는 완전히 새로운 소송절차입니다. 재심판결이 확정되면 원판결은 당연히 효력을 잃습니다. 이는 확정된 판결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 구체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법적 안정성을 일부 후퇴시키더라도 사건을 다시 심판하는 재심 제도의 본질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 원칙은 집행유예 판결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원판결이 집행유예를 선고하였고, 그 유예기간이 실효나 취소 없이 경과하면 형 선고의 효력이 상실됩니다. 그런데 이 효력 상실은 집행유예 자체의 법률적 효과일 뿐, 형의 집행과 동일하게 볼 수 없습니다. 재심판결이 확정되면 원판결은 효력을 잃고, 그에 따라 집행유예의 법률적 효과도 함께 소멸합니다. 법원은 이러한 결과가 재심에서 보호되어야 할 피고인의 법적 지위를 해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재심판결에서 다시 집행유예가 선고된 경우, 원판결의 집행유예 기간 중 재심판결 확정일까지 이미 경과한 기간을 새 집행유예 기간에 산입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재심판결에서 선고된 형이 원판결의 형보다 중하지 않다면,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이나 이익재심의 원칙에 반하지 않습니다.
재심을 청구하는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재심판결이 확정되는 시점에 따라 집행유예 기간의 기산점이 새로 정해진다는 점을 미리 파악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원판결에서 유예기간이 상당 부분 경과하였더라도 그 기간이 재심판결에 반영되지 않으므로, 재심 청구 시점과 절차 진행 기간이 실질적인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재심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면 이러한 절차적 효과를 충분히 고려한 뒤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