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사건 증거를 없앤 행위 — 증거인멸죄 성립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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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없앤 경우에만 성립합니다. 자신이 처벌받을 것을 우려해 자기 사건의 증거를 인멸한 행위는, 설령 그 결과가 공범자의 사건에도 영향을 미쳤더라도 증거인멸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확립된 입장입니다.

이 원칙이 실무에서 문제가 되는 장면 중 하나가 **양벌규정**이 적용되는 사건입니다. 예컨대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제31조는 법인의 대표자나 사용인 등이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같은 법 제30조의 위반행위를 하면 행위자와 법인 양쪽을 모두 처벌하도록 규정합니다. 이때 행위자가 저지른 법규위반 행위와 법인의 법규위반 행위는 사실관계가 동일하거나 적어도 중요 부분을 공유하는 내용상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따라서 행위자가 자신이 처벌받을 수 있는 위반행위와 관련된 증거를 인멸한 경우, 그 행위가 동시에 법인의 사건에 관한 증거를 없앤 결과가 된다 하더라도 이를 증거인멸죄로 의율하기 어렵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판단을 할 때 행위자와 법인 사이의 불가분적 관련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타인의 형사사건'이라는 요건은 비교적 넓게 해석됩니다. 인멸 행위 당시 아직 수사가 시작되지 않았더라도 장차 형사사건이 될 수 있는 것이면 충분하고, 나중에 그 사건이 기소되지 않거나 무죄로 끝나더라도 증거인멸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증거'의 범위도 마찬가지로 넓어서,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형벌권의 유무를 확인하는 데 관계있다고 인정되는 일체의 자료가 포함되며 당사자에게 유리한 것이든 불리한 것이든 가리지 않습니다.

자신의 사건에 관한 증거인멸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존중하는 취지에서 처벌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사건 증거를 없애기 위해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는 어떻게 볼까요. 법원은 이 역시 원칙적으로 처벌되지 않는다고 보면서도, 방어권의 남용으로 평가될 수 있을 때에는 증거인멸교사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방어권 남용 여부는 인멸 행위의 태양과 내용, 행위자와 요청자의 관계, 행위 당시의 구체적 상황, 형사사법 작용에 미칠 수 있는 위험성의 정도 등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결국 증거인멸죄의 성립 여부는 '누구의 사건을 위한 행위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양벌규정이 적용되는 사건에서 행위자와 법인의 관계처럼 사실관계가 긴밀하게 얽혀 있는 경우, 자신의 사건을 위한 행위인지 타인의 사건을 위한 행위인지의 경계가 불분명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행위자가 처벌받을 수 있는 위반행위와 증거 인멸 행위 사이의 관련성, 그리고 고의의 방향이 어디를 향하고 있었는지를 면밀히 살펴야 합니다. 유죄 인정은 법관에게 합리적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이 이루어진 경우에만 가능하므로, 그에 미치지 못한다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하는 것이 형사소송의 기본 원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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