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강간·강제추행 성립 시 강요죄는 별도 성립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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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이나 협박을 수단으로 성적 행위를 강제한 경우, 강요죄와 유사강간죄·강제추행죄가 동시에 성립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해자를 도구로 이용한 간접정범 형태로 유사강간죄나 강제추행죄가 성립하는 경우, 강요죄는 별도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단의 핵심은 **법조경합** 중 특별관계의 논리입니다. 법조경합이란 하나의 행위가 외관상 여러 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하나의 죄만 구성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실질적으로 하나의 죄인지 여러 죄인지는 구성요건적 평가와 보호법익의 측면에서 함께 고찰해야 합니다. 특별관계란 어느 구성요건이 다른 구성요건의 모든 요소를 포함하면서 추가 요소까지 갖춰야 성립하는 관계로, 특별법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행위는 언제나 일반법의 구성요건도 충족하지만, 그 반대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를 각 죄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강요죄**(형법 제324조 제1항)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 성립하며, 개인의 의사결정·의사실행의 자유를 보호법익으로 합니다. 반면 **유사강간죄**(형법 제297조의2)와 **강제추행죄**(형법 제298조)는 각각 폭행·협박으로 구강·항문 등에 성기나 신체 일부·도구를 삽입하거나 추행한 경우에 성립하며, 사람의 성적 자기결정권 또는 성적 자유를 보호법익으로 합니다. 강요죄는 개인적 자유를 침해하는 범죄 전반에 대한 일반법의 위치에 있고, 유사강간죄와 강제추행죄는 그 특별법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특별법인 유사강간죄나 강제추행죄가 성립하는 이상, 일반법인 강요죄는 이에 흡수되어 별도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 법리는 피해자를 도구로 이용하는 **간접정범** 형태로 성범죄가 이루어진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직접 강제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 스스로 행위하도록 강요한 구조라 하더라도, 유사강간죄나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이 충족된다면 강요죄를 별도로 추가하여 죄수를 늘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비슷한 상황에서 어떤 죄가 성립하는지, 그리고 각 죄의 구성요건과 보호법익이 어떻게 겹치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수사 단계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사건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적용 법조가 달라지면 처벌 수위와 공소사실의 구성 자체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관련 상황에 처해 있다면 법조경합 여부를 포함한 구체적인 법률 검토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