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한 디지털 압수수색과 2차 증거의 증거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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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이 전자정보를 압수하는 과정에서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했다면, 그 위법은 이후 발부된 추가 영장으로도 치유되지 않으며, 위법하게 수집된 1차 증거를 토대로 얻은 2차 증거 역시 원칙적으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대법원이 다시 한번 분명히 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검사는 장물취득·도박장소개설 혐의로 피고인 甲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면서 치과병원 동업계약서와 부동산임대차계약서를 압수하고, 같은 날 피고인의 휴대전화도 압수했습니다. 이후 검찰 포렌식 수사관은 휴대전화에 담긴 애플리케이션, 연락처, 통화기록, 메시지, 검색로그, 사진 등 사실상 전체 정보를 이미징하여 엑셀파일과 PDF 파일로 생성·저장했습니다. 검사는 이를 토대로 추가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전후에 걸쳐 치과 운영 관련 메시지 등을 출력하였고, 결국 비의료인인 피고인 甲이 치과의사인 피고인 乙·丙과 공모하여 의료기관을 불법 개설·운영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를 편취했다는 공소사실로 기소에 이르렀습니다.
대법원은 이 과정의 여러 단계에서 위법을 확인했습니다. 우선 최초 영장의 범죄사실(장물취득·도박장소개설)과 객관적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 각 계약서를 압수한 것 자체가 위법입니다. 나아가 포렌식 수사관이 혐의사실과의 관련성을 구분하지 않은 채 휴대전화의 전자정보 전체를 이미징하여 파일로 생성·저장한 행위는 **무관정보**를 임의로 압수한 것으로 영장주의 원칙에 반합니다. 수사기관은 저장매체나 복제본에서 전자정보를 취득할 때 유관정보의 범위를 정하여 선별·출력하거나 복제해야 하고, 무관정보의 임의 복제를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검찰이 추가적인 선별을 예정하지 않은 채 위 파일들을 그대로 보관하면서 메시지 등을 출력한 것은 영장 없이 무관정보를 압수·수색한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이 위법성이 사후에 추가 영장이 발부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치유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2차 증거의 증거능력에 관해서도 대법원은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습니다. 피고인들의 진술 등 나머지 증거들은 위법하게 수집된 계약서와 출력물을 기초로 수집된 2차적 증거에 해당하는데, 1차 위법 수집과 2차 증거 수집 사이의 **인과관계가 희석 또는 단절**되었다고 볼 구체적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예외적 사정은 검사가 증명해야 하며, 그 증명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상 2차 증거 역시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습니다. 원심이 계약서를 제외한 나머지 증거들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여 유죄를 선고한 것은 이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대법원은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은 디지털 포렌식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전체 이미징 후 선별' 방식의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수사기관이 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를 삭제·반환하지 않고 보관하다가 새로운 혐의 수사에 활용하는 관행은, 설령 사후에 영장을 발부받더라도 위법한 압수·수색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압수·수색 과정에서 절차적 위법이 있었다고 판단된다면, 그로부터 파생된 증거 전반의 증거능력을 다투는 것이 실질적인 방어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