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 수집 증거에서 비롯된 법정진술의 증거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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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를 토대로 수사가 시작되고, 피고인이 그 증거를 제시받은 채 조사를 받았다면, 이후 법정에서 한 진술조차 증거로 쓸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은 뇌물 사건에서 수사기관이 영장 범위를 벗어나 수집한 전자정보와, 그것을 기초로 얻어낸 피고인·증인의 법정진술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환경부 소속 특별사법경찰관이 환경 관련 법령 위반 혐의로 발부받은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면서 시작됩니다. 경찰관은 피고인 甲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디지털포렌식을 진행하던 중, 영장에 기재된 혐의와는 전혀 무관한 뇌물 관련 통화녹음 파일을 발견하고 이를 보관했습니다. 이 파일은 영장이 집행된 날로부터 약 1년 5개월이 지난 뒤에야 검찰에 수사 의뢰되었고, 담당 검사는 이를 근거로 뇌물 수사를 개시한 후 별도의 영장을 발부받아 피고인들을 소환·조사하고 공소를 제기했습니다.
대법원은 먼저 이 통화녹음 파일(무관 전자정보)이 **위법수집증거**임을 확인했습니다.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과 객관적 관련성이 없는 정보를 탐색·수집·보관한 것은 영장주의와 적법절차 원칙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와 진술조서 역시 이 위법수집증거를 기초로 얻어낸 **2차적 증거**에 해당하므로, 절차적 위법과의 인과관계가 희석되거나 단절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핵심 쟁점은 피고인들과 증인들의 **법정진술**이었습니다. 원심은 법정진술 일부에 증거능력을 인정하여 유죄를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네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영장주의 위반의 정도가 상당히 중했습니다. 둘째, 피고인들은 검사의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무관 전자정보의 주요 내용을 직접 제시받거나 그 내용을 전제로 신문을 받았고, 피고인 甲과 乙은 해당 혐의로 구속된 상태에서 제1심 재판을 받았습니다. 셋째, 증인들 역시 신문 과정에서 무관 전자정보가 직접 인용되거나 제시되었으며, 직접 제시받지 않은 증인 戊조차 무관 전자정보가 없었다면 증인으로 특정되지 않았을 것이므로 달리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넷째, 피고인들의 법정진술이 무관 전자정보가 아닌 다른 독립된 증거에 기인한다는 점을 검사가 증명하지 못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경우 인과관계의 희석 또는 단절을 인정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점은 **검사가 증명**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습니다.
이 판결은 위법수집증거 배제 법칙이 법정진술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수사 초기에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가 수사 개시의 단서가 되고, 피고인이 그 증거를 제시받은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다면, 이후 법정에서 한 진술은 설령 자발적으로 보이더라도 위법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이 단순한 형식 요건의 문제가 아니라 재판 전체의 증거 구조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압수·수색 단계에서의 영장 범위 준수는 수사의 적법성을 좌우하는 출발점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