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법인도 국내 영업비밀 침해로 처벌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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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법원이 외국 법인에 대해서도 영업비밀 침해 사건의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대법원이 확인했습니다. 핵심은 실제 침해 행위의 일부가 국내에서 이루어졌다면, 그 이후의 행위가 해외에서 발생했더라도 국내 형벌규정이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외국 법인으로, 대한민국 경쟁업체에서 이직해 온 종업원들이 전 직장의 영업비밀과 산업기술을 유출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종업원들이 최종적으로 기술을 사용하거나 공개한 행위는 해외에서 이루어졌지만, 영업비밀을 열람하고 촬영하는 행위, 그리고 유출에 관한 의사 합치는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법원은 이 점에 주목했습니다. 범행의 일부가 국내에서 실행된 이상 형법 제2조의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국내 형벌규정이 적용된다고 본 것입니다.
나아가 법원은 **양벌규정**의 성격을 재판권 판단에 연결했습니다. 양벌규정은 종업원이 저지른 위반행위를 사업주인 법인의 범죄 구성요건적 행위의 일부로 취급합니다. 종업원의 행위와 법인의 행위는 사실관계의 중요 부분을 공유하는 내용상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종업원이 국내에서 죄를 범한 것으로 인정되면, 양벌규정에 따라 기소된 법인 역시 국내에서 죄를 범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 외국 법인에 대해 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9조·제18조 제1항, 구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38조·제36조 제1항이 적용된다고 판단한 원심의 결론을 대법원이 그대로 인정했습니다.
이 판결은 국내 기업의 핵심 인력이 외국 경쟁사로 이직하면서 기술을 유출하는 사안에서 실질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유출 행위의 최종 단계가 해외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는 외국 법인이 국내 형사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피해를 입은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유출 행위의 어느 단계가 국내에서 이루어졌는지를 구체적으로 특정하는 것이 재판권 확보의 출발점이 되며, 반대로 외국 법인 측에서는 자사 종업원의 국내 행위 전반이 잠재적 형사 책임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