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 개시일 이후 토지 인도 거부 — 정당행위 성립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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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사업을 위해 토지나 건물이 수용되었음에도 이를 인도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모든 인도 거부를 일률적으로 처벌할 수 없으며,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토지보상법 제43조는 토지소유자 및 관계인에게 수용 개시일까지 토지나 물건을 사업시행자에게 인도·이전할 의무를 부과하고, 제95조의2 제2호는 이를 위반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합니다. 이 조항들은 공익사업의 효율적 수행이라는 목적을 위한 것이지만, 동시에 토지소유자 등의 **거주이전의 자유, 직업의 자유, 재산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상당히 제한하는 효과를 가집니다. 법원은 이처럼 충돌하는 법익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 하고,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판단의 출발점으로 삼았습니다.

구체적으로 법원이 정당행위 해당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하는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수용 대상이 **주거용 건축물**인 경우 토지소유자 등이 생활의 근거를 상실하게 되는지 여부가 중요하게 다루어집니다. 아울러 토지보상법 제78조에 따른 **이주대책의 수립·실시 여부 또는 이주정착금 등의 지급 여부**가 확인됩니다. 해당 토지나 물건을 보유한 기간, 그 기간 동안 형성된 생활환경, 그에 따른 이주의 용이성도 고려 대상입니다. 마지막으로 인도·이전 거부 행위가 실제 공익사업 시행에 미친 영향도 함께 살펴집니다.

이러한 요소들을 종합하여, 토지소유자 등의 인도·이전 거부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로 평가된다면, 수용 개시일 이후의 거부라 하더라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수용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이미 개시일이 지난 상황에서 이주대책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채 인도를 요구받고 있다면, 단순히 의무 위반으로 처리될 사안인지 아니면 정당행위로 다투어볼 여지가 있는지를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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