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전 증인 압박도 특정범죄가중법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
형사사건의 수사나 재판이 아직 시작되지 않은 시점에 증인을 압박하거나 위력을 행사한 행위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입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9 제4항은 자기 또는 타인의 형사사건 수사·재판과 관련하여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나 그 친족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면담을 강요하거나 위력을 행사한 경우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합니다. 이 조항을 둘러싼 핵심 쟁점은 '수사 또는 재판이 이미 진행 중인 상태'여야만 적용되는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은 조항의 문언이 행위 당시 수사나 재판이 개시되어 진행 중일 것을 요건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다고 보아, 수사·재판 이전의 행위도 이 조항의 적용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법원은 이 조항의 보호법익이 국가 형사사법기능의 원활한 작용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수사·재판 전 행위가 처벌 대상이 되려면 두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첫째, 자기 또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대한 수사나 재판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어야 하고, 둘째, 행위자에게 그러한 상황을 인식한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장래에 분쟁이 생길 수 있다는 막연한 가능성만으로는 부족하고, 구체적으로 수사·재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의 행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수사 또는 재판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인지는 일률적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법원은 범죄 혐의사실의 구체성과 경중, 피해자나 목격자의 존재 여부, 피해 상황, 범죄 신고·고소·고발에 대한 적극성, 수사기관이 범행을 인지하기 쉬운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 사건마다 따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판단은 형사사건에 연루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관련자에게 접촉하거나 압박을 가하는 행위가 어떤 법적 위험을 수반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줍니다. 수사가 시작되기 전이라는 사실이 면책 사유가 되지 않을 수 있으며, 접촉 당시의 상황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수사를 예상할 수 있는 상태였는지가 처벌 여부를 가르는 핵심 기준이 됩니다.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면 행위 당시의 구체적 정황이 이 요건을 충족하는지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