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수사에서 타인 개인정보 제출, 위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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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적으로 개인정보처리자는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재판이나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거나 범죄 혐의에 맞서 방어권을 행사하기 위해 타인의 개인정보가 담긴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법원은 이러한 경우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구 개인정보 보호법(2020. 8. 5. 시행 전의 것) 제17조·제18조는 동의나 법률상 근거 없는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을 금지하고, 제59조는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타인이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그럼에도 법원은 소송서류나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는 행위, 또는 고소·고발·수사 절차에서 범죄 혐의를 소명하거나 방어권을 행사하기 위해 수사기관에 증거자료를 제출하는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이것이 자동으로 허용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정당행위 해당 여부는 개별 사안의 여러 사정을 종합해 객관적·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법원이 제시한 고려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개인정보를 수집·보유하고 제출하게 된 경위와 목적, 제출 상대방이 법원 또는 수사기관인지 여부,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 제출했는지 여부, 비실명화 등 안전성 확보 조치의 가능성과 실제 이행 여부, 제출된 개인정보의 내용·성질(민감정보 해당 여부)·양, 정보주체가 입는 법익 침해의 내용과 정도, 그리고 개인정보 제출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식이 존재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는지 등입니다.

이 판단 구조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비례성**입니다. 제출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필요 이상의 개인정보를 제출하거나, 비실명화 처리가 가능했음에도 이를 생략했다면 정당행위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민감정보가 포함되어 있더라도 해당 정보 없이는 주장 증명이나 방어권 행사가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위법성 조각의 여지가 생깁니다. 소송이나 수사 과정에서 타인의 개인정보가 담긴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제출 범위를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으로 한정하고 가능한 익명화 조치를 취했는지 여부가 이후 법적 판단에서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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