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중 금융거래정보를 제출하면 처벌받을 수 있나요?
---
소송 과정에서 상대방의 금융거래정보를 법원이나 수사기관에 제출했다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경우에 위법성이 면제되는지를 대법원이 구체적으로 판단한 사례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법원의 금융거래정보제출명령에 따라 금융회사가 거래정보를 법원에 송부하고, 소송 당사자나 소송대리인이 그 내용을 확인한 경우 이들이 **구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구 금융실명법') 제4조 제4항의 비밀유지의무를 부담하는지가 먼저 다투어졌습니다. 법원은 이 조항의 수범자를 '제4조 제1항 각 호에 따라 거래정보 등을 알게 된 자'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정보를 직접 요구하거나 제공받은 기관으로 좁게 해석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의 제출명령이라는 공익상 사유를 원인으로 거래정보를 알게 된 소송 당사자나 소송대리인도 이 조항의 적용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울러 구 개인정보 보호법 제19조 위반 여부도 쟁점이 되었습니다. 이 조항은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가 제공받은 목적 외로 정보를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제71조 제2호에 따라 처벌받습니다. 법원은 금융회사가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고, 법원의 제출명령에 따라 금융회사가 수소법원에 거래정보를 송부함으로써 소송 당사자나 소송대리인이 그 내용을 확인한 경우, 이들은 개인정보처리자인 금융회사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이들에게도 구 개인정보 보호법 제19조의 목적 외 이용·제공 금지 의무가 적용됩니다.
다만 법원은 이러한 의무가 있더라도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두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소송상 주장을 증명하거나 범죄혐의에 대한 방어권을 행사하기 위해 금융거래정보나 개인정보가 담긴 자료를 법원 또는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경우,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정당행위 해당 여부를 판단할 때 ▲해당 정보를 수집·보유하고 제출하게 된 경위와 목적 ▲제출 상대방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 제출했는지 여부 ▲비실명화 등 안전성 확보 조치의 가능성과 실제 조치 여부 ▲제출된 정보의 내용·성질(민감정보 여부 포함)·분량 ▲정보주체가 입는 법익 침해의 내용과 정도 ▲다른 제출 수단이나 방식의 존재 여부 ▲그 수단을 택하지 않은 불가피한 사정의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판결은 소송 과정에서 상대방의 금융거래정보를 확보하거나 활용하려는 당사자라면 반드시 유의해야 할 기준을 제시합니다. 법원의 제출명령을 통해 정보를 알게 된 것만으로 비밀유지의무가 소멸하지 않으며, 그 정보를 소송 목적 외로 활용하거나 불필요하게 광범위하게 제출하는 경우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정당행위 여부는 제출의 불가피성과 최소성을 중심으로 개별 사안마다 다르게 판단되므로, 금융거래정보나 개인정보가 포함된 자료를 소송에서 활용할 때는 그 범위와 방식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