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연료 공급업무를 제3자에게 위탁한 경우의 법적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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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연료공급업자가 급유 업무의 일부를 다른 사업자에게 위탁하고, 그 수탁자가 자신의 연료공급선을 사용하여 급유를 수행했을 때, 위탁자가 수탁자의 장비를 별도로 사업계획 변경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는지가 문제된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그러한 신고 의무가 위탁자에게 없다고 판단하였고, 이를 이유로 한 항만운송사업법 위반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항만운송사업법과 그 시행령이 규정하는 **선박연료공급업**은, 단순히 연료공급선이나 연료공급차량을 이용해 연료를 운반하고 급유하는 사실상의 행위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법원은 관련 법령의 문언과 체계, 실제 거래 당사자들의 의사, 법률효과 및 이익의 귀속 주체 등을 종합하여, 선박연료공급업이란 규범적으로 연료 공급의뢰를 받는 것부터 직접적인 급유(하역)에 이르는 일련의 행위를 포괄하는 사업을 의미한다고 해석했습니다. 이러한 해석을 전제로, 업무의 일부를 제3자에게 위탁한 경우 그 위탁된 범위 안에서는 선박연료공급업무의 주체가 수탁자로 이전된다고 보았습니다.
항만운송사업법 시행령 제12조 [별표 6] 비고 2.는 선박연료공급업자가 등록할 수 있는 장비를 자신이 소유하거나, 소유권 취득을 조건으로 임차하거나, 1년 이상 전용하여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수탁자 소유의 연료공급선은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므로, 위탁자가 그 장비를 자신의 명의로 사업계획 변경신고를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법원은 이 점에 주목하여, 수탁자 소유 장비에 대한 변경신고 의무를 위탁자에게 부과하는 해석은 선박연료공급업에서 위탁 자체를 사실상 금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항만운송사업법과 그 하위법령 어디에도 위탁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고,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1항 및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제2023-23호)도 선박연료공급업(구 선박급유업)의 업무 위탁이 허용됨을 전제로 규정을 두고 있는 만큼, 위탁을 실질적으로 금지하는 해석은 법체계 전체의 정합성을 해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입니다.
항만운송사업법 제26조의3 제3항이 장비 추가 시 변경신고를 요구하는 취지는 방재자재 등을 갖춘 연료공급선에 의해서만 급유가 이루어지도록 관리를 강화하려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수탁자가 적법한 선박연료공급업자로서 해당 장비를 이미 자신의 명의로 적법하게 등록하고 있다면, 그 장비는 법령이 요구하는 방재자재 등을 갖추고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위탁을 허용하더라도 이 조항의 입법 취지가 훼손될 우려는 크지 않다고 법원은 설명했습니다. 나아가, 만약 수탁자가 해당 항만에 적법하게 등록되지 않은 사업자라면, 수탁자에게는 항만운송사업법 제30조 제2호 등이 적용될 수 있고, 위탁자에게는 그에 관한 공동정범 또는 교사범 성립이 별도로 문제 될 수 있으므로, 제31조 제1호의2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처벌의 공백이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선박연료공급업을 영위하면서 급유 업무의 일부를 외부 사업자에게 위탁하는 구조는 실무에서 드물지 않습니다. 이번 판결은 위탁자가 수탁자의 장비를 자신의 명의로 등록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을 받는 것은 법령의 해석상 근거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다만, 수탁자가 해당 항만에 적법하게 등록된 선박연료공급업자인지 여부는 위탁자의 법적 책임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위탁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수탁자의 등록 현황과 장비 적법성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