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진단서만으로 상해죄가 인정되는가

---

형사 사건에서 상해진단서는 피고인의 범죄사실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상해진단서가 제출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상해죄의 성립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상해 사실과 그 인과관계 역시 합리적 의심이 없는 정도로 증명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법원이 특히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경우는, 진단서가 피해자의 주관적인 통증 호소 등에 주로 의존하여 의학적 가능성만으로 발급된 때입니다. 이 경우 법원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핍니다. 진단일자와 진단서 작성일자가 상해 발생 시점과 시간상 근접한지, 진단서 발급 경위에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은 없는지, 진단서에 기재된 상해 부위와 정도가 피해자가 주장하는 원인·경위와 일치하는지를 검토합니다. 나아가 피해자가 호소하는 불편이 기존에 존재하던 신체 이상과 무관한 새로운 원인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지, 의사가 진단서를 발급한 근거는 무엇인지도 살핍니다. 여기에 더하여 피해자가 사건 이후 진료를 받은 시점, 진료를 받게 된 동기와 경위, 그 후의 진료 경과까지 면밀히 검토한 뒤 논리와 경험법칙에 따라 증명력을 판단합니다.

상해죄에서 말하는 **상해**는 피해자의 신체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폭행에 수반된 상처라 하더라도, 그것이 극히 경미하여 폭행이 없었더라도 일상생활 중 통상 발생할 수 있는 수준이고, 별도의 치료 없이 자연적으로 치유되며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상해죄의 상해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다만 이 판단은 객관적·일률적 기준이 아니라 피해자의 연령, 성별, 체격 등 구체적인 신체·정신 상태를 기준으로 이루어집니다. 같은 정도의 상처라도 피해자의 개별적 상태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법리는 피해자와 피고인 양측 모두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진단서 발급 시점, 진료를 받게 된 경위, 이후의 치료 경과를 구체적으로 소명할 수 있어야 진단서의 증명력이 온전히 인정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피고인 입장에서는 진단서가 제출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유죄의 근거가 되는 것이 아니며, 진단서의 발급 경위나 피해자의 기왕증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상해 관련 분쟁에서는 진단서의 존재보다 그 내용과 발급 맥락이 실질적인 쟁점이 된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 법률노트로 돌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