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술 유출 — 목적범 성립 요건과 '사용'의 범위
---
퇴직 임직원이 전 직장의 기술 정보를 가지고 나가 새 직장에서 활용했다면, 이는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이 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기술을 가져갔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대상기관에 손해를 가할 목적**이 별도로 증명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다루어진 법률은 구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2016년 개정 전, 이하 '구 산업기술보호법')입니다. 이 법은 기업·연구기관·대학 등 대상기관의 임직원이나 비밀유지의무를 진 자가 산업기술을 부정하게 유출하거나 사용·공개하는 행위를 처벌합니다(제36조 제2항, 제14조 제2호). 여기서 보호 대상인 '산업기술'은 행정기관의 장이 법령에 따라 지정·고시한 기술에 한정되며, 그 중 하나가 산업발전법 제5조에 따라 고시된 **첨단기술**입니다. 어떤 정보가 이 첨단기술에 해당하는지는 고시된 기술과의 밀접한 관련성, 제품·용역의 개발·생산에 필요한 구체적 기술상 정보인지 여부, 그리고 대상기관이 그 정보를 통해 산업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법원은 산업기술의 '사용' 개념도 구체적으로 정의했습니다. 단순히 기술을 그대로 복제해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만이 아니라, 해당 기술을 **참조하여 시행착오를 줄이거나 필요한 실험을 생략하는 방식**으로 개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경우도 '사용'에 해당합니다. 이는 직접 모방이 아니더라도 경쟁사의 기술 정보를 개발 과정에 간접적으로 활용하는 행위 전반을 포괄한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그 사용 행위는 구체적으로 특정이 가능한 것이어야 합니다.
핵심 쟁점은 **목적 요건의 증명**이었습니다. 구 산업기술보호법 제36조 제2항 위반죄는 고의 외에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대상기관에 손해를 가할 목적'을 추가 요건으로 하는 목적범입니다. 법원은 이 목적에 대한 증명책임이 검사에게 있음을 분명히 하면서, 행위자가 산업기술임을 알고 유출·사용 행위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그 목적을 추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직접증거가 없는 경우에는 피고인의 직업과 경력, 행위의 동기·경위·수단·방법, 대상기관과 기술을 취득한 제3자 사이의 관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이 판결은 기술 유출 사건에서 수사기관이나 피해 기업 측이 간과하기 쉬운 지점을 짚습니다. 퇴직자가 기술 정보를 반출했다는 사실 자체는 출발점일 뿐이고, 그 정보가 법령상 고시된 산업기술에 해당하는지, 실제로 새 직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었는지, 그리고 부정한 이익 취득이나 손해 가중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인정되는지가 각각 별도로 검토되어야 합니다. 반대로 기술 유출 혐의를 받는 입장에서는 이 세 가지 요건 중 어느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는다면 처벌 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