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 교비를 다른 회계로 돌린 행위 — 배임죄 성립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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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 법인의 이사 등이 교비회계에 귀속되어야 할 수입을 법인회계 등 다른 회계로 편입한 경우, 이것이 곧바로 업무상배임죄를 구성하지는 않는다고 법원은 판단했습니다. 회계 분리 규정을 위반한 사실과 형사상 배임죄의 성립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업무상배임죄는 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2항에 따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성립합니다. 여기서 '재산상 손해'란 본인의 전체적 재산가치가 감소하는 것을 의미하며, 임무위배행위로 인한 손실이 동시에 상응하는 이익으로 보전된 경우에는 손해가 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또한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했더라도 행위자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사실이 없다면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불법이득의 의사가 있었다는 점은 검사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엄격한 증거로 증명해야 하며, 그러한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구 사립학교법은 학교법인의 회계를 교비회계와 법인회계로 엄격히 구분하고,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과 재산을 다른 회계에 전출·대여하거나 목적 외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제29조 제6항). 교비회계의 세입은 입학금·수업료, 시설 사용료, 학교교육 목적의 기부금 등으로 한정되고, 세출 역시 인건비·물건비, 교육시설 경비, 장학금 등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지출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회계를 분리하는 취지는 사립학교 재정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교비가 본래의 교육 목적에 충실히 사용되도록 하려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규정의 취지와 배임죄의 구성요건을 구별하여 판단했습니다. 입학금·수업료 등은 학교법인이 납부받는 순간 일단 학교법인의 소유가 되고, 다만 그 용도가 법령에 의해 엄격히 제한될 뿐입니다. 법인회계와 교비회계를 구분한다고 해서 동일한 학교법인이 각 회계별로 별개의 독립한 권리의무 주체로 분리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이사 등이 교비회계로 편입해야 할 수입을 다른 회계로 돌렸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배임죄에서 '본인'에 해당하는 학교법인 전체의 재산가치가 감소했다거나 행위자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이 사건에서는 횡령죄 등 재산범죄에서 포괄일죄와 경합범의 구별 문제도 함께 다루어졌습니다. 동일한 피해자에 대해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 아래 동종 범행을 반복한 경우 포괄일죄가 될 수 있지만, 이 구별은 특별법상 가중처벌 적용 여부, 양형, 공소시효, 기판력 등 피고인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법원은 범의의 단일성과 계속성을 판단할 때 개별 범행의 방법과 양태, 동기, 각 범행 사이의 시간적 간격, 동일한 기회나 관계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후속 범행이 이루어졌는지, 범의의 단절이나 갱신이 있었는지를 논리와 경험칙에 근거하여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립학교 회계 관련 분쟁에서는 행정적 규정 위반과 형사 책임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 판결의 핵심입니다. 교비 전용 행위가 구 사립학교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학교법인 전체의 재산가치 감소와 행위자 또는 제3자의 이익 취득이 별도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유사한 상황에 처한 경우, 회계 규정 위반 여부와 형사 구성요건 충족 여부를 분리하여 검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