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 의무 —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해설

---

2020년 1월 시행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도급인이 부담하는 안전·보건조치 의무의 범위를 이전보다 크게 넓혔습니다. 이 변화는 하청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데 있어 도급인의 책임이 어디까지 미치는지를 다시 정의한 것으로, 도급 관계에 있는 사업주라면 반드시 그 내용을 파악해 두어야 합니다.

구 산업안전보건법 아래에서는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 의무가 제한적이었습니다. 도급인 소속 근로자와 수급인 근로자가 같은 장소에서 함께 작업하는 경우, 또는 추락·토사 붕괴 등 고용노동부령이 정한 특정 위험 장소에서 수급인 근로자가 작업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도급인에게 산업재해 예방 조치 의무가 부과되었습니다(구법 제29조 제1항, 제3항). 즉, 도급의 내용이나 작업 장소의 성격에 따라 도급인의 의무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이러한 제한을 없앴습니다. 제63조 본문은 도급의 내용이나 범위를 묻지 않고,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하는 경우**라면 도급인이 산업재해 예방에 필요한 안전·보건조치를 부담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도급인의 사업장'에는 도급인이 직접 제공하거나 지정한 장소로서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는 장소도 포함됩니다. 다만 보호구 착용 지시 등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도급인의 책임 영역에서 제외됩니다(제63조 단서). 이 예외는 수급인 근로자의 구체적인 작업 수행 방식에 대한 지휘·감독까지 도급인에게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법원은 이 조항의 해석과 관련하여,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 사항을 정한 제38조·제39조가 도급인의 의무에도 **원칙적으로 적용**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고용노동부령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1조가 제38조·제39조와 함께 제63조도 위임 근거로 명시하고 있는 점이 그 근거 중 하나입니다. 나아가 도급인이 제63조 본문에 따른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여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사망하거나 다친 경우, 그 의무 위반은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주의의무**를 구성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형사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판단이 갖는 실질적인 의미는 분명합니다. 도급인은 자신이 직접 고용한 근로자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사업장 안에서 작업하는 하청 근로자에 대해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부담하며, 이를 소홀히 할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물론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도급 계약을 체결하거나 하청 업체의 작업을 관리하는 위치에 있다면, 해당 작업 장소가 자신의 지배·관리 아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안전 조치 의무의 적용 범위를 점검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 법률노트로 돌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