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땅 사과나무에서 수확한 행위 — 손괴·횡령 불성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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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 소유 토지에 무단으로 심은 사과나무에서 사과를 수확한 행위가 재물손괴죄나 횡령죄에 해당하는지를 다룬 사건에서, 대법원은 두 혐의 모두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재물손괴죄(형법 제366조)는 타인의 재물을 손괴·은닉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효용을 해한** 경우에 성립합니다. 그런데 법원은 사과나무에서 사과를 수취하는 행위는 원물인 사과나무를 본래의 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보았습니다. 소유자가 그 기간 동안 사과나무의 효용을 누리지 못하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효용 자체의 침해를 뜻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타인의 소유물을 무단으로 사용·수익하는 행위는 소유자를 배제한 채 이용가치를 취하는 것이고, 이는 절도·횡령 등 **영득죄**의 영역이지 손괴죄의 영역이 아닙니다. 더불어 피고인은 2021년 수확 당시 해당 사과나무를 자기 소유라고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 손괴의 고의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2022년 수확 행위에 대한 횡령죄 혐의도 마찬가지로 배척되었습니다.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보관자와 소유자 사이에 **위탁신임관계**가 존재해야 합니다. 이 관계는 계약뿐 아니라 관습·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형성될 수 있지만,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됩니다. 법원은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토지 점유·사용을 중지해달라고 요청한 사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사과를 피해자를 위해 그대로 보관·유지해야 할 의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단순한 중지 요청이 형사법적으로 보호할 위탁관계를 만들어내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판결은 재산 범죄의 경계를 구분하는 데 실질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타인의 물건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손괴죄나 횡령죄가 성립하지는 않으며, 각 범죄의 구성요건인 효용 침해, 고의, 위탁신임관계가 구체적 사실관계에 비추어 충족되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토지나 수목의 소유·점유 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분쟁에서는 어떤 행위가 어떤 범죄에 해당하는지, 또는 해당하지 않는지를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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