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재판 절차 없이 성폭력 피해자 신상 공개 — 성폭력처벌법 위반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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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처벌법 제24조 제2항은 피해자의 인적사항 공개를 금지하지만, 그 보호 대상이 '모든 성폭력범죄 피해자'는 아닙니다. 대법원은 이 조항의 보호 대상을 **수사 또는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진행되었던 피해자**로 한정하여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핵심 쟁점은 성폭력처벌법 제24조 제2항의 '피해자'가 어느 범위까지를 가리키는지였습니다. 검사 측은 성폭력범죄 피해자라면 수사·재판 절차 진행 여부와 무관하게 보호 대상에 포함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조문의 구조를 면밀히 살폈습니다. 제24조 제1항의 수범자는 '수사 또는 재판을 담당하거나 이에 관여하는 공무원 또는 그 직에 있었던 사람'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수사나 재판 절차 자체가 없었다면 이러한 수범자가 존재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제1항의 보호 대상인 '피해자'는 문언상 수사·재판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진행되었던 피해자로 읽힐 수밖에 없습니다.
제2항은 수범자를 '누구든지'로 넓혔지만, 보호 대상은 '피해자' 또는 '성폭력범죄 피해자'라는 포괄적 표현이 아니라 **'제1항에 따른 피해자'**로 명시적으로 한정했습니다. 법원은 이 점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31조 제3항과 비교해 설명했습니다. 해당 조항은 수범자를 '누구든지'로 확대하면서 보호 대상을 '피해아동·청소년'으로 규정함으로써 수사·재판 절차 진행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피해 아동·청소년을 보호합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4조 제2항이 이와 달리 '제1항에 따른 피해자'라는 표현을 선택한 것은 입법자가 보호 범위를 의도적으로 좁힌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입니다.
결론적으로 성폭력처벌법 제50조 제2항 제2호, 제24조 제2항 위반죄가 성립하려면, 공개된 인적사항이 수사 또는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진행되었던 피해자의 것이어야 하고, 행위자에게 그러한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공개한다는 **고의**도 있어야 합니다. 법원은 이를 '모든 성폭력범죄 피해자'로 확장 해석하는 것은 명문 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넓히는 것으로,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습니다.
이 판결은 성폭력 피해자 신상 공개와 관련된 형사 책임의 범위를 가늠할 때 절차적 맥락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됨을 보여줍니다. 피해자의 정보를 공개한 행위가 문제 된 상황이라면, 해당 피해자에 대해 수사나 재판이 실제로 진행되었는지 여부가 죄의 성립 자체를 좌우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