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에서 타인의 금융정보를 증거로 낸 변호사 — 위법성 조각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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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대리인이 상대방의 금융거래정보나 개인정보를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을 때, 이것이 금융실명거래법이나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 사건에서 대법원은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의 피고인은 변호사로서, 乙을 상대로 한 두 건의 임금·퇴직금 청구 소송(甲의 사건, 丙의 사건)을 각각 수임하고 있었습니다. 피고인은 丙의 사건에서 법원의 제출명령을 통해 확인한 甲의 은행 거래내역을 甲의 사건에 제출하고, 甲의 사건에서는 丙이 스스로 제출한 소득금액증명과 법원을 통해 확인한 丙의 은행 거래내역을 증거로 활용했습니다. 검찰은 이를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고, 법원의 제출명령에 따라 취득한 거래정보를 목적 외 용도로 이용한 행위로 보아 구 금융실명거래법 제6조 제1항 위반 및 구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제5호 위반으로 기소했습니다.
법원은 이 행위가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았습니다. 핵심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두 사건은 근로계약 체결 여부, 근로 제공 여부, 근로계약서의 진정성립 여부 등 주요 쟁점과 증거가 공통되고 일방 당사자(乙)가 동일했습니다. 피고인은 甲과 丙이 내세우는 주장의 신빙성을 탄핵하기 위해 해당 정보를 제출할 필요가 있었고, 이는 정당한 소송행위의 일환이었습니다. 또한 해당 정보들은 모두 적법한 경로로 취득한 것이었고, 수집 과정에서 별도의 위법행위나 다른 법익 침해가 없었습니다. 제출된 정보의 내용도 근로기간에 해당하는 금융거래내역과 소득금액증명으로 한정되어 있었고,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민감정보**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정보를 제공받은 상대방이 국가기관인 법원이라는 점도 고려되었습니다.
다만 법원은 정당행위 해당 여부를 일률적으로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정보를 수집·보유하게 된 경위와 목적, 제출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인지, 비실명화 등 안전성 확보 조치의 가능성과 실제 조치 여부, 제출된 정보의 성질과 양, 정보주체가 입는 법익 침해의 정도, 다른 수단이나 방식의 존재 여부와 그것을 택하지 않은 불가피한 사정 등을 개별 사안에서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판결은 소송 실무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황에 중요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소송대리인이 관련 사건에서 취득한 상대방의 금융정보나 개인정보를 다른 사건의 증거로 활용하는 행위는 구성요건 해당성 자체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두 사건 사이의 쟁점 공통성, 정보 취득 경위의 적법성, 제출 정보의 범위와 민감도, 법원이라는 제출 상대방의 성격 등이 모두 충족될 때 비로소 위법성 조각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 요건 중 하나라도 달라진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유사한 상황에서는 각 요소를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