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거래로 법인세를 낮춘 경우 — 다른 법인이 세금을 냈어도 포탈죄 성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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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법인을 운영하면서 법인 간 가공거래를 꾸며 한 법인의 비용을 부풀린 경우, 다른 법인이 그에 상응하는 세금을 납부했더라도 조세포탈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 甲은 자신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乙 주식회사의 법인세를 신고하면서, 丙 주식회사로부터 수취한 세금계산서의 용역비용과 일부 임직원의 급여비용을 실제보다 과다하게 계상했습니다. 이를 통해 乙 회사의 과세표준이 되는 소득금액을 낮추고, 납부해야 할 법인세를 줄인 것입니다. 甲은 이와 별도로 해당 거래 관련 수입을 丙 회사의 익금에 산입하여 丙 회사 명의로 법인세를 신고·납부하기도 했습니다. 원심은 이 점을 들어, 丙 회사가 납부한 세액 부분에 대해서는 甲에게 조세포탈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조세포탈죄**는 납세의무자별로 성립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데, 乙 회사와 丙 회사는 각각 독립된 납세의무자입니다. 甲이 乙 회사의 손금을 허위로 과다 계상하여 소득금액이 감소한 이상, 乙 회사의 법인세 전액에 대해 포탈의 결과가 발생한 것이고, 丙 회사가 별도로 세금을 납부한 사정은 丙 회사의 조세채무에 관한 것일 뿐 乙 회사의 조세채무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연결납세방식을 적용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인세 포탈의 결과와 행위자의 고의는 납세의무자인 각 법인별로 구분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입니다.
**조세범 처벌법** 제3조 제1항의 조세포탈죄는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조세를 포탈한 경우에 성립하며, 포탈세액에 따라 상당한 형사처벌이 따릅니다. 같은 법 제18조는 법인의 실질적 운영자나 업무 담당자도 행위자로서 처벌받을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어, 이 사건처럼 법인의 대표자가 아니더라도 실질적으로 세무신고를 주도한 사람은 직접 처벌 대상이 됩니다. 또한 명의를 빌려주는 등의 방법으로 포탈 행위를 도운 경우에는 방조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복수의 법인을 운영하거나 법인 간 거래를 통해 세무처리를 하는 경우, 한 법인에서 발생한 비용과 다른 법인에서 신고한 수입이 서로 대응된다고 해서 전체적으로 세금이 정산된 것으로 볼 수 없습니다. 이 판결은 각 법인의 세무신고는 그 법인 단위로 독립적으로 평가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법인 간 거래 구조를 설계할 때 이 원칙을 간과하면 형사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