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무죄 판결이 민사 책임까지 없애지는 않는다
---
학교폭력 사건에서 가해 학생이 형사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더라도, 그것이 곧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의 부정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법원은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구 학교폭력예방법 제2조 제1호는 학교폭력의 유형으로 상해, 폭행, 협박, 명예훼손·모욕, 성폭력, 따돌림 등을 열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이 열거된 유형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이와 유사하거나 동질의 행위로서 학생의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라면 학교폭력에 포함될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특히 **성폭력**의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수준에 이르지 않더라도 피해 학생의 의사에 반하여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라면 학교폭력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이는 학교폭력 개념을 형사법의 틀에 가두지 않고, 피해 학생 보호라는 법의 목적에 맞게 넓게 해석한 것입니다.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은 서로 다른 원리 위에 서 있습니다. 형사재판에서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확신'이라는 엄격한 증명 기준이 적용되어, 고의성이나 인과관계가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하면 무죄가 선고됩니다. 반면 민사재판에서는 증명의 정도와 책임 판단의 기준이 다르게 적용됩니다. 따라서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자동으로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이 점은 피해 학생 측과 가해 학생 측 모두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피해 학생 측은 형사고소가 무죄로 끝났더라도 민사 손해배상 청구를 별도로 검토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가해 학생 측은 형사 무죄 판결이 민사 분쟁의 종결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학교폭력 사안에서 형사와 민사 절차는 별개의 경로로 진행될 수 있으며, 각 절차에서 적용되는 기준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