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은행조회서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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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의 증권예탁증권 상장 과정에서 허위로 작성된 은행조회서를 믿고 인수계약을 체결한 금융회사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소멸시효가 이미 완성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국내 금융회사들은 중국 기업의 자회사 및 손자회사 거래은행 직원들이 은행잔고 등을 허위로 기재한 은행조회서를 작성·교부한 탓에 해당 기업의 가치를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게 되었고, 그 결과 실제 가치보다 높은 인수대금을 지급하고 증권예탁증권을 인수했습니다. 이후 해당 증권예탁증권이 거래정지 및 상장폐지되자, 금융회사들은 인수비용과 금융위원회 과징금 상당액의 손해를 입었다며 해당 은행들을 상대로 민법 제756조에 따른 사용자책임을 근거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핵심 쟁점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의 **장기소멸시효** 기산점이었습니다. 민법 제766조 제2항은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이 경과하면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한다고 규정하는데, 여기서 '불법행위를 한 날'은 가해행위 시점이 아니라 손해의 결과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때를 의미합니다. 또한 이 장기시효는 단기시효(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와 달리, 피해자가 손해 발생을 알았거나 예상할 수 있었는지와 무관하게 손해가 현실화된 시점부터 진행됩니다.

법원은 금융회사들이 입은 손해가 상장폐지 시점이 아니라 **증권예탁증권 인수대금을 지급한 날**에 이미 현실적으로 발생했다고 보았습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공동주관회사나 인수회사는 인수계약에서 최종 인수책임을 부담하기로 약정한 이상, 발행시장에서 증권예탁증권을 취득한 일반 투자자와 마찬가지로 인수 시점에 손해를 입은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둘째, 자회사의 은행잔고는 증권예탁증권의 인수 여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인데, 이에 관한 허위 기재로 인해 금융회사들은 가치평가를 그르쳐 실제 가치보다 높은 대금으로 증권예탁증권을 취득하는 손해를 그 지급 즉시 입게 된 것입니다. 결국 인수대금 지급일로부터 10년이 경과한 후에 소가 제기되었으므로,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했습니다.

이 판결은 증권 인수 과정에서 부실 정보로 인한 손해가 언제 '현실화'되는지를 명확히 한 사례입니다. 상장폐지나 손해 규모의 확정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인수대금을 지급한 그 시점에 이미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취급된다는 점에서, 유사한 상황에서 손해배상을 검토하는 경우라면 시효 완성 여부를 우선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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