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물 명예훼손 — 사실·의견·법인·유족의 법리
---
출판물을 통한 명예훼손은 단순히 거짓말을 적는 행위에 그치지 않습니다. 의견처럼 보이는 표현,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 않은 표현, 이미 사망한 사람에 관한 표현도 명예훼손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어떤 표현이 '사실의 적시'인지 '의견의 진술'인지는 표현의 문언과 통상적 의미, 전후 문맥, 사회적 배경, 사회평균인의 지식과 경험, 그리고 그 표현의 진위를 검증할 수 있는지 여부를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순수한 의견 표명만으로는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지만, 의견의 형식을 띠더라도 그 전체적 취지상 숨겨진 기초 사실에 대한 묵시적 주장이 포함되어 있고 그 사실이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수 있다면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또한 표현이 모욕적·경멸적 인신공격에 해당한다면, 명예훼손과는 별개의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출판물의 경우에는 일반 독자가 통상적으로 접하는 방식을 전제로, 출판물의 전체적 취지·사용된 어휘의 통상적 의미·문구의 연결 방법 등을 종합하여 독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허위 여부를 판단합니다.
**법인**도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민법 제751조 제1항과 제764조에서 말하는 '명예'는 세상으로부터 받는 객관적 평가를 뜻하며, 법인의 경우 그 사회적 명성과 신용이 이에 해당합니다. 법인의 목적사업 수행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사회적 명성·신용이 훼손되어 사회적 평가가 침해된 경우, 그 법인에 대한 불법행위가 성립합니다. 한편 피해자의 **특정** 방식에 관해서도, 반드시 성명이나 단체 명칭을 명시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표현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할 때 피해자를 아는 사람이나 주변 사람이 그 표시가 피해자를 지목한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라면 피해자가 특정된 것으로 봅니다.
사망한 사람에 관한 표현도 법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허위사실 적시나 모욕적·경멸적 인신공격으로 망인의 명예 또는 인격권이 침해된 경우, 유족은 자신의 명예 침해 또는 망인에 대한 경애·추모감정의 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나 침해행위 배제·금지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이때 청구권자는 언론중재법 제5조의2에 열거된 배우자·직계비속·직계존속·형제자매로 한정되지 않습니다. 어떤 유족의 추모감정이 침해되었는지는 표현행위의 형식과 내용, 해당 유족이 망인과 맺어 온 친족관계와 생전 생활관계, 망인 사망 이후 보인 태도 등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개별·구체적으로 판단합니다.
증명책임의 분배도 중요한 쟁점입니다. 원고가 적시된 사실이 허위라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 그 허위성에 대한 증명책임은 원고에게 있습니다. 다만 피고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고 내용이 진실하거나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항변하는 경우, 그 위법성 조각 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피고가 집니다.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는 적시된 사실의 내용, 근거 자료의 확실성과 신빙성, 사실 확인의 용이성, 피해자의 피해 정도 등을 고려하여, 행위자가 진위 확인을 위해 적절하고 충분한 조사를 다하였는지, 그 진실성이 객관적·합리적 자료에 의해 뒷받침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출판물을 통한 표현이 문제가 된 상황이라면, 해당 표현이 사실 적시인지 의견 표명인지, 피해자가 특정되었는지, 법인이나 유족도 청구권자가 될 수 있는지, 그리고 허위성이나 위법성 조각 사유에 관한 증명책임이 어느 쪽에 있는지를 사안별로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