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심명령 후에도 채무자의 이행소송 자격은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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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자의 채권에 대해 추심명령이 내려졌더라도, 채무자는 제3채무자를 상대로 한 이행의 소를 제기할 당사자적격을 잃지 않는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종전 판례를 변경하고 이 같은 법리를 확립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추심명령이 발령된 이후 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직접 이행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종전 판례는 추심명령이 있으면 피압류채권에 관한 당사자적격이 추심채권자에게 전적으로 귀속되고 채무자는 이를 상실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 다수의견은 이 견해를 정면으로 뒤집었다.
다수의견의 논거는 크게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첫째, **추심명령의 법적 효과**에 관한 것이다. 민사집행법 제229조 제2항에 따라 추심명령은 추심채권자에게 대위절차 없이 피압류채권을 추심할 권능을 부여할 뿐이며, 채무자의 채권 자체가 추심채권자에게 이전되거나 귀속되는 것은 아니다. 채무자가 이행의 소를 제기하는 행위는 집행권원을 확보하기 위한 자신의 권리 행사일 뿐, 현실로 급부를 수령하는 것이 아니므로 압류 및 추심명령에 위반되지 않는다. 둘째, **채무자의 소송 이익**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채무자는 추심명령 이후에도 피압류채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소멸시효 중단이나 제소기간 준수를 위해 이행의 소를 제기할 필요가 있고, 추심권이 장래에 소멸할 경우를 대비해 미리 집행권원을 확보해 둘 이익도 있다. 명시적 근거 없이 이를 박탈하는 것은 채무자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 셋째, **소송경제와 분쟁의 일회적 해결**이라는 관점이다. 채무자가 당사자적격을 상실한다고 보면, 소송이 장기간 진행된 후 또는 상고심에 이르러 추심명령이 발령된 경우에도 법원이 직권으로 소를 각하해야 하고, 그동안의 소송이 모두 무위로 돌아가는 결과가 발생한다. 이는 분쟁의 일회적 해결과 소송경제에 현저히 반한다.
추심채권자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명확히 답했다. 추심채권자는 채무자가 제기한 이행소송에 공동소송참가(민사소송법 제83조) 또는 공동소송적 보조참가(민사소송법 제78조)의 방법으로 관여할 수 있다. 채무자가 승소확정판결을 받으면 추심채권자는 별도로 소를 제기할 필요 없이 승계집행문(민사집행법 제25조, 제31조)을 부여받아 곧바로 강제집행을 할 수 있으므로, 오히려 추심채권자에게 유리한 측면도 있다. 또한 채무자가 패소하더라도 추심명령은 현실로 추심하지 않으면 집행채권이 소멸하지 않으므로, 추심채권자는 채무자의 다른 재산에 대해 다시 강제집행을 시도할 수 있다.
이 판결은 국가가 국세징수법에 의한 체납처분으로 채무자의 채권을 압류한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실무적으로 이 판결이 중요한 이유는, 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는 도중 추심명령이 발령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소가 각하될 위험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채무자로서는 추심명령의 존재와 무관하게 피압류채권에 관한 이행소송을 계속 수행할 수 있으며, 추심채권자 역시 해당 소송에 참가하여 자신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다. 이처럼 채무자와 추심채권자 사이의 관계, 그리고 제3채무자와의 분쟁 구도는 이번 판결로 인해 실질적으로 달라졌으므로, 관련 상황에 놓인 당사자라면 변경된 법리를 바탕으로 자신의 법적 지위를 다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