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집행권원, 잘못된 소송으로 다투면 각하됩니다
---
조건부 집행권원에 기한 강제집행을 막으려 할 때, 어떤 소송을 선택하느냐는 단순한 절차 문제가 아닙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청구이의의 소와 집행문부여에 대한 이의의 소의 심리 범위가 엄격히 구분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습니다.
이 사건의 배경은 이렇습니다. 甲 회사와 토지 소유자인 乙 등 사이에 임대차계약이 체결되었고, 그 특약사항에 따라 조정이 성립되어 조정조서가 작성되었습니다. 조정조서에는 甲 회사가 일정한 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 즉 금지의무가 포함되어 있었고, 乙 등은 甲 회사가 이 금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집행문 부여신청을 하여 집행문을 받았습니다. 이에 甲 회사는 자신의 행위가 금지의무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했습니다. 원심은 甲 회사의 금지의무 위반 여부를 직접 심리한 뒤, 위반이 없다고 보아 강제집행을 불허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이 법리를 오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핵심은 '조건의 성취 여부'가 어느 소송에서 다루어져야 하는가입니다. 조건부 집행권원에서 집행을 개시하려면 그 조건이 성취되었음을 채권자가 증명해야 하고, 이를 위해 집행문을 부여받는 절차가 별도로 존재합니다. 따라서 조건이 실제로 성취되었는지를 다투는 것은 **집행문부여에 대한 이의의 소** 또는 집행문부여의 소에서 심리되어야 할 사항입니다. 반면 **청구이의의 소**는 집행권원에 표시된 청구권 자체에 관하여 생긴 이의, 예컨대 변제·상계·소멸시효 완성 등 실체법적 사유를 내세워 집행력의 배제를 구하는 소송입니다. 두 소송은 심리 대상이 다르므로, 조건의 성취 여부는 청구이의의 소에서 다룰 수 없습니다.
이 구분은 실무에서 간과되기 쉽습니다. 집행을 막고 싶은 당사자 입장에서는 청구이의의 소가 더 친숙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다투고자 하는 사유가 '조건이 성취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면 그 소송은 처음부터 적절한 수단이 아닙니다. 조건부 집행권원에 기한 집행문이 발부된 상황에서 이를 다투려면, 집행문부여에 대한 이의의 소를 통해 조건 성취 여부를 직접 심리받는 것이 올바른 경로입니다. 소송 유형의 선택이 잘못되면 본안 판단조차 받지 못하고 절차가 종결될 수 있으므로, 집행 관련 분쟁에서는 다투는 사유의 성격을 먼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