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낙형 분묘기지권과 지료 청구 가능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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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소유자가 분묘 설치를 승낙한 경우, 처음에 지료 약정이 없었더라도 사정이 달라지면 토지 소유자가 나중에 지료를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분묘기지권은 타인의 토지 위에 분묘를 두고 그 기지를 사용할 수 있는 관습법상의 권리입니다. 성립 방식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토지 소유자의 **승낙**을 받아 분묘를 설치한 경우(승낙형), 승낙 없이 설치하였으나 20년간 평온·공연하게 점유한 경우(취득시효형), 자기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뒤 그 토지를 이장 특약 없이 양도한 경우(양도형)가 그것입니다. 지료 문제에 관해서는 유형마다 법원의 태도가 달랐습니다. 취득시효형은 토지 소유자가 지료를 청구한 날부터 지급 의무가 발생하고, 양도형은 분묘기지권이 성립한 때부터 원칙적으로 지료를 지급해야 합니다. 그러나 **승낙형**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명시적인 판단을 내린 적이 없었습니다.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은 승낙형 분묘기지권에 관한 지료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었습니다. 분묘 설치 당시 지료 약정이 없었거나 무상으로 합의하였더라도, 이후 사정이 변화하면 토지 소유자가 지료를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분묘 설치 당시의 인적 관계가 달라진 점, 분묘기지의 사용 기간, 지가와 공과금의 상승, 토지 활용가치의 변화, 당사자의 합리적인 의사와 신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지료를 인정하는 것이 공평의 원칙에 부합하는 경우에는 청구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분묘기지권자는 그 청구 시점부터 객관적으로 상당한 지료를 지급할 의무를 집니다.

이 판결의 논리적 근거로 대법원은 민법 제286조의 지료증감청구권, 제628조의 차임증감청구권, 그리고 이들 규정의 기초를 이루는 **사정변경의 원칙**을 들었습니다. 관습법상 권리라 하더라도 그 내용을 확정할 때에는 권리의 법적 성질과 인정 취지, 당사자 사이의 이익형량, 전체 법질서와의 조화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취득시효형·양도형과의 균형도 고려 요소로 제시되었습니다.

선산이나 종중 토지처럼 오래전 구두 승낙만으로 분묘가 설치된 경우, 이후 토지가 제3자에게 매각되거나 지가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지료 문제가 불거지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이번 판결은 그러한 상황에서 토지 소유자가 지료를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지료 청구가 인정되려면 단순히 시간이 흘렀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인적 관계의 변경이나 지가 상승 등 공평의 원칙에 비추어 지료를 인정할 만한 구체적인 사정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분묘기지권을 둘러싼 분쟁에서는 승낙 당시의 경위, 이후 토지 소유권의 변동 내역, 지가 변화 등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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