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이사의 책임과 소멸시효
---
이사 직함 없이 회사 경영에 실질적으로 관여한 사람도 이사와 동일한 책임을 진다는 점은 상법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대법원은 나아가 이러한 책임에는 불법행위의 단기소멸시효가 아닌 상사채권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상법 제401조의2 제1항은 이른바 **사실상 이사**에 관한 규정입니다. 정식 이사로 선임되지 않았더라도, 회사에 대한 영향력을 이용해 이사에게 업무집행을 지시한 자, 이사의 이름으로 직접 업무를 집행한 자, 또는 회장·사장·전무·상무 등 업무집행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해 업무를 집행한 자는 그 지시하거나 집행한 업무에 관하여 이사로 간주됩니다. 이 규정의 취지는 형식적인 직함이 아니라 실질적인 역할에 따라 책임을 귀속시키는 데 있습니다. 사실상 이사는 법령준수의무를 포함하여 이사와 동일한 선관주의의무 및 충실의무를 부담하고, 이를 게을리하여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면 배상책임을 집니다.
이번 판결에서 핵심적으로 다루어진 쟁점은 소멸시효였습니다. 사실상 이사의 손해배상책임이 불법행위책임의 성격을 갖는다면, 민법 제766조 제1항에 따라 피해자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됩니다. 반면 상법상 이사의 책임으로 본다면 이와 다른 소멸시효 체계가 적용됩니다. 법원은 상법 제401조의2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은 법률의 규정에 의해 해당 자를 이사로 의제함으로써 발생하는 것이므로, 민법 제766조 제1항의 불법행위 단기소멸시효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확히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은 사실상 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는 회사 또는 주주에게 실질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불법행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손해 발생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더라도 청구권이 소멸시효를 이유로 차단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집니다. 반대로 사실상 이사에 해당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직함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고 그 책임이 장기간 존속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