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의 허위 상품 권유, 보험사가 배상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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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설계사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금융상품을 권유하여 소비자에게 손해를 입혔을 때, 그 설계사와 계약을 맺은 보험회사가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이 사건에서 보험설계사 丙은 보험회사 甲의 소속 설계사로 근무하다가, 이후 甲과 대리점계약을 체결한 보험대리점 乙 소속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丙은 甲 소속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소비자 丁에게 甲의 **상호 변경 전 기업로고**가 인쇄된 '재정안정계획서'를 제시하며 실존하지 않는 허위 금융상품 가입을 권유했습니다. 丁은 丙이 알려준 계좌로 보험료 명목의 돈을 송금했고, 이후 甲의 변경 전 상호 명의로 작성된 보험증권까지 교부받았습니다. 丁이 이를 정상적인 보험 계약으로 믿은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쟁점은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45조 제1항**이 이 사안에 적용되는지 여부였습니다. 이 조항은 금융상품직접판매업자, 즉 보험회사가 자신의 대리·중개업자가 업무 수행 중 소비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원칙적으로 배상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보험회사가 대리·중개업자의 선임과 업무 감독에 적절한 주의를 기울였고 손해 방지를 위해 노력했음을 증명하면 면책될 수 있습니다. 이 조항은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 배상책임보다 우선 적용되며,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보험회사에 무과실에 가까운 책임을 부담시키는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법원은 丙의 행위가 판매대리·중개 행위 그 자체는 아니더라도, **외형상 객관적으로 보아 甲이 乙에게 위탁한 금융상품 판매대리·중개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丁이 丙의 행위가 적법한 권한 범위 밖이라는 사정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했다고 볼 근거도 없다고 보았습니다. 여기서 '중대한 과실'이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그 행위가 권한 밖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간과한 경우를 의미하는데, 丁은 보험회사 명의의 서류와 보험증권까지 교부받은 상황이었으므로 그러한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甲이 丙의 선임과 업무 감독에 적절한 주의를 기울였다거나 손해 방지를 위해 노력했다는 사정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이 판결은 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가 보험회사의 상호와 로고를 이용해 허위 상품을 판매한 경우에도 보험회사가 배상 책임을 질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설계사가 대리점 소속인지 보험회사 직속인지와 무관하게, 보험회사 명의의 서류를 통해 이루어진 권유라면 보험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셈입니다. 반대로 보험회사로서는 대리점 및 소속 설계사의 선임과 업무 감독 체계를 실질적으로 갖추지 않으면 설계사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