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소에서의 상계항변, 청구이의 사유가 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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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권원인 확정판결의 변론종결 이전에 다른 소송에서 상계 의사표시가 이루어졌더라도, 그 판단이 변론종결 이후에 내려진 경우라면 청구이의의 적법한 사유가 된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입니다.

문제가 된 상황은 이렇습니다. 채권자가 확정판결을 집행권원으로 삼아 강제집행을 진행하려 하는데, 채무자는 별도로 진행 중이던 소송(별소)에서 이미 상계 의사표시를 한 바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의사표시 자체는 집행권원이 된 확정판결의 사실심 변론종결 이전에 이루어졌고, 별소에서 법원이 그 상계 주장을 실질적으로 받아들인 시점은 변론종결 이후였습니다. 이때 채무자가 민사집행법 제44조 제2항에 따라 "변론종결 이후에 생긴 사유"를 이유로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소송상 상계항변의 고유한 특수성에 주목했습니다. 소송상 상계항변은 수동채권의 존재가 확정되는 것을 전제로 한 예비적 항변으로서, 민법 제493조 제1항에 따른 상계 의사표시가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 실체법상 효과가 발생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 효과는 해당 소송에서 법원의 **실질적 판단**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확정되고, 실질적 판단 없이 소송이 종결되면 소멸합니다. 즉 상계의 효과는 법원의 판단이 있기까지 유동적인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이러한 유동성은 소송상 상계항변의 다른 특성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소송상 상계 주장에 대한 기판력은 자동채권의 존부에 관해 실질적 판단이 이루어진 경우에 한해 발생하므로, 판단이 없는 한 기판력의 시적 범위에 따른 실권효(차단효)도 인정되지 않습니다. 또한 소송상 방어방법으로서의 상계항변은 상대방의 동의 없이 철회할 수 있고, 제1심에서 항변을 제출하여 본안 판단을 받은 뒤 항소심에서 이를 철회하더라도 민사소송법 제267조 제2항의 재소금지 원칙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처럼 소송상 상계항변은 소송 외 상계 의사표시와 달리 그 효력이 법원의 판단에 종속되는 구조를 가집니다.

이러한 구조를 전제로 법원은, 별소에서의 상계 의사표시가 집행권원 확정판결의 변론종결 이전에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그 유동적 상태가 해소되는 시점—즉 별소에서 법원의 실질적 판단이 내려진 시점—이 변론종결 이후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변론종결 이후에 발생한 사유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별소에서 상계항변을 한 당사자는 언제든 이를 철회하고 다시 제출할 수 있었으므로, 의사표시 도달 시점만을 기준으로 청구이의 사유를 부정하는 것은 소송상 상계항변의 본질에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강제집행 단계에서 상계를 이유로 집행력을 다투려는 경우, 상계 의사표시가 언제 이루어졌는지뿐 아니라 그에 대한 법원의 실질적 판단이 언제 확정되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별소에서의 상계 판단이 집행권원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는지 여부도 청구이의의 적법성을 좌우하는 요소이므로, 두 소송의 시간적 관계와 기판력 범위를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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