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콜 미이행 차량 화재 — 공작물 책임의 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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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콜 통지를 받고도 3개월 넘게 시정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차량 소유자에게 공작물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그 책임을 전혀 제한하지 않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이 사건에서 차량 소유자 甲은 자신의 차량에 ABS 모듈 전원부 제작결함이 있다는 리콜 통지문을 받았음에도 3개월 이상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그 사이 차량을 오피스텔 건물의 기계식 주차타워에 주차하던 중 화재가 발생하여 차량이 전소되고 건물 일부가 소훼되었습니다. 건물 보험자인 丙 보험회사는 보험금을 지급한 뒤 민법 제758조 제1항에 따른 공작물 소유자 책임을 근거로 甲과 甲의 자동차보험자인 丁 보험회사를 상대로 보험자대위권을 행사했습니다. 원심은 리콜 미이행이라는 사정만으로 차량에 설치·보존상의 하자가 있다고 보아 甲과 丁 보험회사의 책임을 전액 인정했습니다.
대법원은 하자의 존재 자체는 수긍하면서도, 책임을 전혀 제한하지 않은 원심 판단에는 법리오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 근거는 여러 층위에 걸쳐 있습니다. 우선 ABS 모듈은 주행 중 급제동 시 바퀴 잠김을 방지하는 부품으로, 일반적인 차량 소유자로서는 주차 상태에서도 해당 모듈의 결함으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쉽게 인식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리콜 통지문에도 화재 발생 가능성만 언급되어 있었을 뿐, 주차 중에도 화재가 날 수 있다는 내용은 기재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또한 화재의 주된 원인은 자동차 제조회사의 제작 과정에서 비롯된 ABS 모듈 전원부 결함일 가능성이 크고, 해당 차량이 비정상적으로 주행거리가 많거나 연식이 오래된 것도 아니었으며, 마지막 정기 종합검사에서도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계기판에 ABS 관련 경고등이 점등되는 등 위험성이 높아졌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었습니다.
나아가 손해 확대 측면에서도 주목할 사정이 있었습니다. 해당 기계식 주차타워는 차량 화재에 취약한 구조였고, 설치된 스프링클러가 발화점까지 물을 침투시키지 못해 초기 진화에 실패하면서 피해가 커졌습니다. 대법원은 이를 주차타워를 관리하며 이익을 얻어 온 丙 보험회사의 피보험자 측에 사회통념상 요구되는 약한 정도의 부주의가 있었고, 그 부주의가 손해 확대에 기여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758조 제1항은 공작물 소유자에게 무과실책임을 부과하고 있지만, 대법원은 이것이 모든 손해를 예외 없이 소유자에게 귀속시키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손해의 공평 부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근본 취지에 따라, 피해자 측의 부주의나 손해 확대에 기여한 사정이 있다면 책임 비율을 정할 때 이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리콜 통지를 받은 차량 소유자라면 시정조치를 이행할 의무가 있음은 분명하지만, 그 의무 위반의 정도와 실제 손해 발생·확대에 이르는 경위 전반을 함께 살펴야 최종 배상 범위가 형평에 맞게 결정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