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물 화재로 계약 이익을 잃었을 때 — 공작물책임의 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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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저장장치에서 화재가 발생해 계약상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게 된 경우, 그 손해를 민법 제758조 제1항의 공작물책임으로 청구할 수 있을까요. 대법원은 이를 부정했습니다.
민법 제758조 제1항은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점유자 또는 소유자가 배상책임을 진다고 규정합니다. 이 조항의 핵심은 공작물을 관리·소유하는 사람이 위험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다해야 하고, 위험이 현실화되어 손해가 발생하면 그에 상응하는 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공평하다는 데 있습니다. 따라서 '공작물의 설치·보존의 하자'란 공작물이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를 말하며, 안전성 구비 여부는 공작물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방호조치의무를 다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이 사건에서 甲 회사는 乙 회사의 공장에 에너지저장장치를 설치하고 전기요금 절감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에너지저장장치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乙 회사는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게 된 손해를 이유로 공작물책임에 따른 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원심은 에너지저장장치의 설치·보존 하자가 화재의 한 원인이 되었다는 점을 근거로 甲 회사의 배상책임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공작물에 하자가 있고 그 하자가 화재 발생에 기여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손해가 공작물의 하자와 관련한 위험이 현실화되어 발생한 것이어야** 공작물책임이 성립한다는 것입니다. 乙 회사가 주장하는 전기요금 절감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 손해는 계약이 이행되지 못함에 따른 것이지, 공작물 하자에 내재된 위험이 현실화된 결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입니다. 화재라는 사고와 계약 불이행이라는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의 고리가 있더라도, 그 손해의 성격이 공작물책임이 예정하는 위험의 현실화와 다르다면 해당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대법원은 선택적·예비적 청구가 병합된 사건에서 피고의 상고가 이유 있어 원심을 파기할 경우, 피고 패소 부분뿐 아니라 나머지 청구 중 피고 패소 부분에 대응하는 부분까지 함께 파기해야 한다는 절차적 법리도 확인했습니다.
공작물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을 검토할 때, 청구의 근거를 공작물책임으로 구성할지 계약책임이나 불법행위 일반으로 구성할지는 손해의 성격에 따라 달라집니다. 발생한 손해가 공작물 자체의 위험성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계약 관계의 불이행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먼저 구분하는 것이 청구 전략의 출발점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