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상속인이 예금을 단독 인출했을 때의 법적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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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상속인 중 한 명이 피상속인 명의의 예금을 다른 상속인들의 동의 없이 단독으로 인출한 경우, 나머지 상속인들이 제기하는 반환 청구는 **상속회복청구**에 해당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상속인 甲이 사망한 후 자녀들인 乙 등과 丙이 공동상속인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丙이 甲 명의의 외화예금계좌에 있던 미화를 단독으로 인출하여 자신의 계좌에 옮겨 두었고, 이에 乙 등이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또는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핵심 쟁점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예금채권과 같은 가분채권이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둘째, 丙이 상속회복청구의 상대방인 참칭상속인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원칙적으로 금전채권처럼 급부의 내용이 나눌 수 있는 **가분채권**은 상속이 개시되는 순간 법정상속분에 따라 각 공동상속인에게 자동으로 귀속되므로, 별도의 상속재산분할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원칙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부당한 결과가 생길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공동상속인 중에 **초과특별수익자**가 있는 경우, 그 사람은 이미 받은 증여나 유증이 자신의 상속분을 초과함에도 초과분을 반환하지 않으면서 가분채권까지 법정상속분대로 가져가게 됩니다. 또한 특별수익이나 기여분이 존재하여 구체적 상속분이 법정상속분과 달라질 수 있는 상황에서 상속재산이 가분채권뿐인 경우에는, 민법 제1008조와 제1008조의2가 추구하는 공동상속인 사이의 공평이 실현될 수 없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는 가분채권도 예외적으로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아가 대법원은 乙 등의 청구가 **상속회복청구**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상속회복청구란 자신이 진정한 상속인임을 전제로, 상속재산을 점유하거나 권리를 행사하는 참칭상속인을 상대로 그 반환을 구하는 청구입니다. 참칭상속인은 정당한 상속권이 없음에도 상속인인 것처럼 외관을 갖추거나, 상속인이라고 주장하며 상속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점유하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丙은 공동상속인으로서 일부 상속권을 가지고 있으나, 다른 상속인들의 몫까지 포함한 예금 전액을 임의로 인출하여 보유함으로써 乙 등의 상속권을 침해하였으므로, 그 초과 부분에 관하여는 참칭상속인에 해당한다고 본 것입니다.
이 판결은 피상속인의 예금이 상속 직후 공동상속인 중 한 명에 의해 단독 인출된 상황에서 실무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나머지 상속인들이 단순히 불법행위 손해배상이나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하더라도, 그 실질이 상속권 침해에 대한 구제라면 법원은 이를 상속회복청구로 파악합니다. 이때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특별수익이나 기여분 등으로 구체적 상속분이 달라질 수 있는 사정이 있다면, 예금채권이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지 여부가 청구의 범위와 결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