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건설기계 사고와 산재보험 대위권의 범위

---

건설현장에서 건설기계 운전 중 사고가 발생해 근로자가 다쳤을 때, 근로복지공단이 보험급여를 지급한 뒤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 행사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 사건에서 대법원은 기존 판례를 변경하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핵심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7조 제1항이 규정하는 '제3자'의 범위를 어떤 기준으로 획정할 것인가입니다.

종전 대법원은 '제3자'를 "보험가입자인 사업주와 함께 직간접적으로 재해근로자와 산재보험관계가 없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그 판단 기준을 **산재보험료 부담관계**에서 찾았습니다. 동료 근로자나 하수급인처럼 원수급인이 보험료를 부담하는 관계에 있으면 제3자가 아니어서 공단의 대위권 행사 대상이 되지 않고, 건설기계 임대인처럼 원수급인이 보험료를 부담하지 않는 관계에 있으면 제3자에 해당해 대위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이 논리 아래 건설기계 임대인 및 그 소속 운전기사가 건설현장에서 사고를 낸 경우, 공단은 재해근로자에게 지급한 보험급여액 한도 내에서 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할 수 있다는 판결들이 이어졌습니다.

이번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은 이 기준을 정면으로 바꾸었습니다. 대법원은 대위권 행사 범위가 보험료 부담관계가 아니라 **"동일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업무상 재해에 관한 공동의 위험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 즉 사업장에 내재하는 위험을 공유하고 있는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가해자가 재해근로자의 사업주와 고용계약을 맺은 근로자가 아니더라도, 동일한 사업주의 지휘·명령 아래 그 사업주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면 두 사람은 같은 위험을 공유한 것이고, 이 경우 가해자와 그 사용자는 공단이 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3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건설기계 임대차 및 운전노무 제공 계약에 따라 원수급인 등의 지휘·명령 아래 건설현장에서 노무를 제공한 운전기사와 그 임대인도 이 기준에 따라 제3자에서 제외됩니다. 대법원은 이와 배치되는 2008년 선고 판결들을 포함한 종전 판결들을 모두 변경했습니다.

한편 대법관 2인의 별개의견은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동의하면서도 그 이유를 달리했습니다. 별개의견은 종전 판례의 '산재보험관계' 기준 자체는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타당하므로 유지되어야 하며, 다만 건설기계 임대차 및 운전노무 제공 계약에 대해서는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제9조 제1항의 도급사업 일괄적용 규정을 **유추 적용**하여 원수급인이 해당 보험료를 부담하는 관계로 파악함으로써 건설기계 임대인 등을 제3자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 판결은 건설현장에서 건설기계 관련 사고가 발생했을 때 공단의 구상권 행사 가능성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재해근로자 입장에서는 공단과 가해자 사이의 법적 관계가 정리되어 손해배상 청구 구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같은 현장에서 복수의 사업주와 계약관계가 얽혀 있는 상황에서 업무상 재해가 발생한 경우, 가해자가 어떤 사업주의 지휘·명령 아래 어떤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는지가 대위권 행사 여부를 가르는 핵심 사실관계가 됩니다.

← 법률노트로 돌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