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처분 집행 직전 부품 제거 — 집행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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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침해금지가처분 결정이 내려진 뒤, 채무자가 해당 장치의 핵심 부품을 제거하면 집행을 피할 수 있을까요. 대법원은 이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에서 甲은 단열파이프 제조장치에 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었고, 乙이 해당 특허를 침해하는 장치로 단열파이프를 생산하고 있다며 특허침해금지가처분을 신청했습니다. 법원은 乙에게 해당 제조장치의 생산·사용·양도·대여를 금지하고, 이를 집행관에게 인도하라는 가처분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乙은 결정 이후 집행이 이루어지기 전, 그 장치에서 필수적 구성요소인 **엔코더**의 하드웨어를 물리적으로 제거했습니다. 이후 집행관이 공장에 들어가 엔코더가 없는 상태의 장치에 고시문을 부착하자, 乙은 "지금 이 장치는 가처분결정에서 특정한 물건이 아니다"라며 집행에 관한 이의신청을 제기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이의신청이 적법한 집행 이의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집행에 관한 이의신청은 집행 절차 자체의 형식적·절차적 하자를 다투는 수단입니다. 반면 乙의 주장, 즉 "엔코더가 없는 장치는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 제품이 되었다"는 주장은 실체적 권리관계, 다시 말해 피보전권리인 침해금지청구권이 여전히 존재하는지를 따지는 문제입니다. 이러한 실체상의 다툼은 **가처분이의**(민사집행법 제301조, 제283조)나 사정변경에 따른 **가처분취소**(민사집행법 제301조, 제288조) 절차를 통해 해결해야 하며, 집행에 관한 이의신청으로는 다툴 수 없습니다.

집행 대상의 특정 문제에 관해서도 대법원은 乙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특허권침해금지가처분에서 채권자는 채무자가 실제 실시하는 물건을 다른 물건과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하고, 집행관도 집행권원의 내용을 확인하여 집행 대상을 파악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乙이 한 일은 외부에서 새로운 장치를 들여온 것이 아니라, 가처분결정 당시 사용하고 있던 바로 그 장치에서 엔코더만 제거한 것이었습니다. 엔코더를 다시 부착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어렵다고 볼 사정도 없었습니다. 따라서 엔코더의 부착 여부는 집행 대상을 식별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본 것입니다.

비슷한 상황에 처한 특허권자라면, 가처분결정이 내려진 이후에도 채무자가 장치를 변형하거나 부품을 교체하는 방식으로 집행을 회피하려 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이 판결은 그러한 시도가 집행 이의라는 절차적 수단으로는 관철될 수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반대로 채무자의 입장에서는, 가처분결정의 피보전권리 자체에 다툼이 있다면 가처분이의나 가처분취소 신청이라는 정해진 절차를 통해 다투어야 하며, 장치를 물리적으로 변형하는 방식은 법적 구제 수단이 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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